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해가며 미국보다는 한국 때리기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료사진.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의 대남비난공세가 심상치 않다. 북한은 특히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염두에 둔 듯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 미국과 연계된 사안에 있어서도 미국보다는 한국 때리기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연합지휘소훈련의 허울은 벗겨졌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이날 종료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남조선에서 벌어진 대규모의 합동군사훈련이 도발적인 북침전쟁연습으로서의 진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냈다”며 “남조선 호전광들이 미국과 함께 벌려놓은 ‘연합지휘소훈련’은 우리를 침략하기 위한 공공연한 적대행위이며 용납못할 군사적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논평은 계속해서 ‘남조선 군부호전세력’이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최신 무기체계를 도입하고 전쟁연습을 끊임없이 벌리며 정세악화를 부추겼다면서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강행됐다고 주장했다. 또 외세와 연합군사훈련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남북관계에 큰 해독을 미쳤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한다면서 “긴장완화와 평화, 통일에 대한 겨레의 지향에 한사코 도전하면서 외세와 함께 침략적인 합동군사연습을 감행한 남조선 호전광들은 그 어리석은 행위의 대가를 뼈저리게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노동신문은 같은 날 ‘또다시 가해지는 상전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압박’이라는 제목의 정세론해설에서도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을 거론하면서 한국 정부가 ‘미국의 비위’를 맞추던 역대 ‘남조선 집권자’들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세론해설은 특히 한국경제가 일본의 경제침략 행위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있다면서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로 한층 더 난감한 처지에 빠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식으로 비꼬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16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전날 광복절 경축사를 겨냥해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 ‘북쪽에서 사냥 총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라는 등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한 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조만간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미국과 마주앉게 되는 만큼 대미비난을 자제하는 대신 한미동맹의 한축인 한국을 겨냥한 비난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의도를 두고 남측에 대한 실망과 불만을 표출함으로써 향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논의 과정에서 한국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수차례 만난 문 대통령을 향한 비난까지 서슴지않고 남측 당국자들과 다시 마주앉을 생각도 없다고 공언한 만큼 남북관계 경색국면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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