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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美에는 트럼프 친서·南에는 ‘겁먹은 개’ 막말
-외무성 국장 “대화 나가도 북미 사이…북남 아니다”
-트럼프, 한미훈련 부정적 인식·방위비 압박도 부담
-“北, 전갈의 꼬리 독침 같은 ‘주체전법’ 확보 공 들여”
북한은 한미 연합연습을 빌미로 남측을 겨냥한 비난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대조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보내 대화재개 의사를 밝히는 등 한미를 분리해 대응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10일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실시한 신형 무기체계 시험사격을 참관하고 있는 모습.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한미 연합연습을 빌미로 잇단 무력시위를 펼치고 있는 와중에 한국과 미국을 분리해 대응하는 듯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최근 잇단 단거리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해명하는 듯한 모습을 취하면서 한미 연합연습 종료 뒤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반면 한국을 향해서는 한반도 남단을 사거리로 두는 신형 무기체계 시험발사를 지속하면서 ‘큰 바보’, ‘겁먹은 개’ 등 막말을 쏟아내며 향후 대화가 열린다하더라도 북미대화가 될 것이지 남북대화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1일 김 위원장이 전날 새 무기의 시험사격을 지도했다며 시험사격 결과에 대한 세밀한 분석 결과 새 무기체계의 우월하고도 위력한 설계상 요구가 완벽하게 현실화됐다는 것이 확증됐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두 차례 발사한 발사체 시험사격을 지켜본 뒤 “우리나라의 지형조건과 주체전법의 요구에 맞게 개발된 새 무기가 기존의 무기체계들과는 또 다른 우월한 전술적 특성성을 가진 무기체계”라고 밝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일단 ‘지형조건’은 평지보다는 산악지형이면서도 남북으로 종심이 짧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짧은 남북간 거리로 목표물 선정이 유리하고 반대로 목표물 선정 후 발사원점을 군사분계선에서 후방까지 어디에서건 발사가 가능하다는 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최근 잇달아 선보인 3종의 지대지 단거리전술유도무기가 모두 한국을 겨냥한 것이란 얘기다. 김 교수는 이어 “‘주체전법’은 한마디로 전갈의 꼬리 독침과 같은 것”이라며 “자신을 손대면 감내할 수 없는 보복을 해주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날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선 한국을 향해 거친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담화는 남측이 한미 연합연습의 명칭을 ‘동맹 19-2’ 대신 ‘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으로 변경하고 청와대가 북한 무력시위에 대응해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것 등을 거론한 뒤 “바보는 클수록 더 큰 바보가 된다고 하였는데 바로 남조선 당국자들을 가리켜 하는 말”이라며 “우리 눈에는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막말을 쏟아냈다.

담화는 특히 “남조선당국이 군사연습의 이름이나 바꾼다고 이번 고비를 무난히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히 잘못 짚었다”면서 “앞으로 대화에로 향한 좋은 기류가 생겨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철저히 이러한 대화는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통미봉남’을 예고하기까지 했다.

반면 북한은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을 향해서는 유화의 손짓을 내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휴가중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은 친서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자마자 만나고 싶고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고 매우 친절하게 말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김 위원장이 친서를 보내온 내용을 공개하면서 “그것은 긴 친서였다. 그중 많은 부분은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드는 훈련에 대해 불평하는 내용이었다”면서 “그것은 또한 단거리미사일들을 시험발사한데 대한 작은 사과였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이 한미 연합연습이 종료될 때 시험발사도 멈추겠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북미는 11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연합지휘소훈련 일정이 마치는 대로 6·30 판문점회동에서 합의한 비핵화 실무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의 미국에 대한 우호적 태도는 외무성 국장 명의 담화에서도 드러난다. 담화는 남측에는 원색적 비난공세를 펼쳤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미국 대통령까지 우리의 상용무기개발시험을 어느 나라나 다 하는 아주 작은 미사일시험이라고 하면서 사실상 주권국가로서의 우리의 자위권을 인정하였다”며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를 볼 때 한미 연합훈련이 종료돼 한반도정세에 유화국면이 조성된다고 하더라도 북미관계와 달리 남북관계에서는 냉각기가 당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한미 연합연습이 끝나면 미사일발사도 중단될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오는 20일까지 무력시위 등 남측을 겨냥한 북한의 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무성 국장 명의 담화도 “그렇게도 안보를 잘 챙기는 청와대이니 새벽잠을 제대로 자기는 코집(콧집)이 글렀다”며 추가 신형무기체계 시험을 예고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연습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공공연히 드러냈다는 점도 한국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연습에 대해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든다’고 하는가하면 돈을 내야하기 때문에 마음에 든 적이 없다고 했는데, 한미동맹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는 한미 연합연습 추가 축소 내지 임박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고강도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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