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등 뒤로 최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촉발된 한일경제전쟁과 관련한 ‘다시는 지지 않습니다’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연합]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로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고삐를 죄고 있는 가운데 여당이 연이은 강경 발언으로 대일여론전에 총력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단호한 대응 의지를 보이는 동시의 정부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대일항전 배턴을 여당이 이어받은 모양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에도 전날에 이어 일본에 대한 강경발언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의 비정상적인 경제침략으로 시작된 이 난국은 해결하기 매우 어렵고 오래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나라의 명운이 달려있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불행했던 과거를 명분으로 싸움을 걸었지만 목표는 우리의 반도체 중심으로 한 미래산업과 대한민국 경제기반을 흔드는데 역점이 있다는 점을 정부와 기업과 국민께서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도 “일본 정부가 결국 선을 넘었다”며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한일관계는 이제 큰 변곡점을 맞이했다.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할 때”라며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한국에 대한 경제 전쟁을 선포한 명백한 도발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날 당정청협의회에선 ‘제2의 독립운동’, ‘신흥무관학교’, ‘경제임시정부’ 등의 용어까지 등장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일본경제보복 사태를 ‘제2의 독립운동’으로 명명하며 “한일전에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날 신흥무관학교가 수많은 독립운동의 핵심 인재를 키워낸 것과 같이 수많은 다중·다양한 기술무관학교들이 들불처럼 중흥하도록 경제적, 재정적,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국회는 ‘경제 임시정부’를 자임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이 강경 대일메시지를 연달아 내놓는 것은 청와대의 SNS 대응전 흐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일본의 부외무상이 무례하다고 비난했다는 보도가 있다”며 “일본의 무도함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느낌이 든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차관급 인사가 상대국 정상을 향해 이런 막말을 쏟아내는 게 과연 국제적 규범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최종건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도 같은 날 “‘우리는 다시는 지지 않을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한마디는 우리의 꿈과 희망을 이루기 위한 역사 선언”이라며 “고단한 반도의 운명을 바꾸는 데 벽돌 하나를 얹고, 다시는 어두운 시대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강경 발언의 연장선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조 전 수석은 2일 “불매운동에 대한 냉소는 의병과 독립군을 향한 냉소의 현대판”이라며 “우매한 나로서는 이런 ‘고담준론’은 못하겠다”고 비꼬았다.

일각에선 당청의 이 같은 강경 발언이 사실상 내년 총선을 겨냥한 행보라는 곱잖은 시각도 뒤따르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에 대한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정부 여당도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된다”며 “특히 반일감정을 총선용으로 이용하려고 하면 이는 역사적으로 큰 죄를 짓는 것”이라며 정면 비판했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