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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日보복 대응한다”며 전국에 ‘신고센터’ 만든 중기부…정작 실적은 ‘제로’
-12개센터, 이름만 내걸고 인력ㆍ예산지원은 전무
-매뉴얼 없어 기업 질문에 답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
-업계에선 “피해 신고해도 해결 안돼” 볼멘소리들
-“큰소리만 내놓고 실적은 전무…의지 있나 의문”
서울 영등포구 기계회관에서 지난달 31일 열린 일본 수출 규제 관련 기계 업계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기계·자동차 분야 일본수출업계 강화 조치 및 대응방안’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 제외와 관련해 정부가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며 전국에 피해신고 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인력과 예산, 운영 계획도 없이 부실 운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5일 헤럴드경제가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중기부 수출규제애로신고센터 현황’에 따르면 중기부는 전국 12개 지방청을 중심으로 지난달 15일부터 ‘수출규제애로신고센터’를 만들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접수하고 있지만, 실적은 그동안 단 한 건도 없었다.

중기부는 앞서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로 중소기업의 피해가 우려돼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며 전국에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청와대가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주문하면서 이에 맞춰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로 인한 기업들의 불안감을 줄이고 지원 방안을 직접 안내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정작 설치된 신고센터는 이름만 생겼을 뿐, 정상적인 운영은 어려운 상태였다. 이미 다른 업무를 맡고 있는 인력이 차출돼 전화기 앞에서 당번을 서는 수준인 센터가 대다수였다. 신고센터를 위해 배정된 예산이 전혀 없어 상담이 가능한 전문 인력을 뽑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러 직원이 돌아가며 업무를 맡다 보니 상담 내용에 대한 공유나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었고, 매뉴얼이나 안내 지침이 없어 기업이 문의를 해와도 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나마 홍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센터가 있는 줄도 모르는 기업도 상당한 상황이다.

실제로 중기부는 ‘수출 규제 상담에 나서는 담당 인력에게 제공된 매뉴얼이나 지침이 있느냐’는 질문에 “별도의 매뉴얼이나 대응 지침은 없다”고 답했다. 한 지방청 관계자는 “추경안에 기업경영안정기금과 컨설팅 예산을 포함시켰기 때문에 예산이 배정된다면 상담 내용에 따라 관련 지원이 가능하다”면서도 “그러나 지방청도 아직 자세한 사업 내용을 전달받지 못해 지금으로서는 문의가 와도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나마 지방청 중 운영이 비교적 잘되고 있는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의 경우, 최근 직원들이 시간을 나눠 당번을 서는 대신 전담 인력 1명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자체 상담 매뉴얼도 만들어 문의를 해오는 기업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열악한 다른 지방청의 경우에는 대응 지침조차 없이 당번을 서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정부의 대처방식을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반도체 관련 하청업체 관계자는 “(신고 센터에) 화이트리스트 제외와 관련해 우리가 수입 중인 특정 부품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냐고 물었지만, ‘알 수 없다’는 짧은 답변만 들었다”며 “센터만 열어 놓았지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고 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 역시 정부의 조치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정부가 나서서 피해 조사를 적극적으로 해도 모자란 데도 정부는 신고센터만 만들어 놓고 기업들이 경영정보를 스스로 신고하기만 기다린다”며 “정작 대화를 나눠봐도 주요 기업들만큼도 정보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최근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SK 최태원 회장을 겨냥하며 불화수소를 대기업이 안사주고 있어서 문제라는 식으로 일본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책 부재를 대기업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데, 이는 인식과 수준의 문제”라며 “정작 중기부는 전국에 신고센터를 설치해 피해기업을 구제하겠다고 큰소리를 내놓고 상담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그는 “센터를 위한 별도 인력배치와 예산배정도 전혀 없을 뿐 아니라 대응매뉴얼도 전무한데, 이 정도면 일본수출규제 대응센터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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