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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날강두와 日 불매운동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날강두’(날강도+호날두)로 추락했다. 호날두가 소속된 이탈리아 프로축구 명문 유벤투스는 ‘유벤통수’(유벤투스+뒷통수)라는 별칭도 얻었다. 국내 축구팬들은 집단소송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 22일 “한국의 고객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발표했다. 오카자키 다케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앞서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 만큼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한 사과다.

결이 다른 듯한 일련의 사건들은 ‘진화하는 소비자의 (직접적) 참정권’이라는 날실로 얽혀있다. 디지털 진화가 만들어낸 초연결의 사회, 그리고 급격히 달라진 세대구조는 소비자의 정의도 바꿔 놓았다. 소비자는 더 이상 쓰기만 하는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다. 이제는 기업과 정부에 직접적인 목소리와 행동을 펼치는 적극적인 주체로 탈바꿈했다.

“애꿎은 돈과 시간만 버렸다”고 푸념하다 곧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더럽고 치사해서 안쓰고 말지” 하다가도 값싼 가격에 현혹되는 소극적인 불매운동도 아니다. 그들의 신뢰와 사회적 정의에 어긋나는 일에는 맹공을 펼친다.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하나로 모여 집단소송을 벌인다. 제품의 첨가물이나 용기의 원산지까지도 매의 눈으로 찾아내 회사에 문의하고, 일면식도 없는 이들과 공유한다.

A식품 관계자는 얼마 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감정적인 행동’으로만 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업계 종사자나 전문가가 아니면 모를 것들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공유하는 것만 보더라도 상당히 치밀해졌다. 대안까지 만드는 것을 보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기도 하다. 디지털은 익명의 소비자를 조직화하는 힘을 가졌다. 지금 소비자들은 그걸 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사이트 ‘노노재팬’을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하는 유통업계 관계자도 있다. 그는 노노재팬이 일본 제품 목록과 함께 대체품을 함께 제시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참여자들의 댓글이 또 다른 정보를 낳으면서 정보량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라고 했다. 일종의 ‘위키피디아’나 ‘나무위키’ 처럼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승전 일본이다. 요즘 업무의 90%는 일본 제품이다”고 하소연하는 유통업계가 바라보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진화하는 소비자의 (직접적) 참정권’은 불편함과 번거로움도 감수한다. 최근 젊은 주부들 사이에선 “(일본제품이나 기업을 이용하지 않다보니) 불편하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오간다고 한다. 빠른 배송, 가성비를 포기해야 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결론은 “그래도…”로 끝난다. 이번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여느 때와 달리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속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소비자의 모습을 보는 이들에게도 가슴한켠에 여전히 남아 있는 우려가 있다. “자칫 ‘죽창가’로 이어지지 않을까, 이틈을 타 얄팍한(?) 애국팔이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그러면 모두가 지는 게임이 될 수 있거든요”라는 한 식품업계 관계자의 말이 지나친 기우이기만을 바랄 뿐이다. hanim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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