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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임석훈 대한민국비상계획관협회 기획이사] 한반도 ‘희생양’ 삼으려는 주변강국…

‘희생양 이론’은 국내정치에서 집권세력의 정권안보에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국민의 관심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 전쟁 같은 모험적 외교정책을 선택한다는 것으로 ‘전환이론’으로도 불린다. ‘희생양’을 쓴 프랑스 문학평론가 르네 지라르가 “사회가 혼란해지면 집단은 희생양을 찾게 되고 이를 통해 다시 뭉친다”는 명제로부터 기원했다.

최근 예기치 않았던 일본의 수출규제나 중국과 러시아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 및 러시아의 영공 침범을 두고 ‘희생양 이론’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비상식적인 대결 기류가 지금까지의 외교관행과 국제정치 행태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일본 우익은 한·미·일 삼각협력을 기반으로 북한 또는 북·중·러 삼각동맹에 대항하여 재무장이 가능한 보통국가로의 전환을 꿈꿔왔고 이는 아베 신조 총리의 오래된 공약이었다. 일본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 논의와 남북협력의 분위기가 블랙홀처럼 작용하여 자국의 안보와 헌법 개정 이슈를 삼켜버리는 것을 목도하면서 ‘재팬패싱’(일본 배제)까지 우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것을 보면서 한반도평화가 정착된다면 보통국가의 꿈을 접어야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를 일이다. 일본 국민의 70%가 수출 규제 강화 조치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희생양 이론의 일례다.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헌법에서 ‘격대지정’(隔代指定)을 제거하고 ‘시황제’로 등극했지만 미국의 압박이라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압박은 정치, 경제, 외교, 국방, 인권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있고 중국의 대외정책 뿐 아니라 시 주석 입지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되고 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목표를 개방 이후 처음 6% 초반으로 내려잡은 것은 ‘중화민족의 부흥’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러시아 역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초기 기대와 달리 미 대선 개입 스캔들과 크림반도 합병에 따른 제재로 곤혹스러운 처지다. 지난 5월 발표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13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러시아 국민의 31.7%만이 ‘국가적 문제 결정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으로 꼽았다. 미국과 러시아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선언은 새로운 군비경쟁 양상으로 이어지며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대중·대러압박은 중러 양국이 중소분쟁의 과거사를 잊고 군사협력 강화까지 도모하는데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하고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한 것은 다분히 한미동맹을 염두에 두고 미국을 자극하고자 한 행위라 할 수 있다. 유감스럽지만 한국과 한미동맹이 미국과의 전선에서 약한 고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헌법 개정 추진, 중국과 러시아의 한미동맹 견제는 모두 냉전시대와 연관이 깊다. 일본은 그것으로 회귀를 원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그것에 대비를 시도하고 있다. 동북아시아가 냉전구도로 회귀한다면 한반도 평화정착은 요원해질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한미동맹이 약한 고리로 인식되는 한국의 현실은 동맹과 함께 보다 근원적인 강력한 안전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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