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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일 퇴장하는 신약 29호 인보사, 19년 꿈 물거품
이웅열 전 회장 "내 인상 3분의1 투자"
송사, 수사, 손실처리, 환희에서 재앙으로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2017년 7월 12일 국산 신약 29호로 화려하게 데뷔한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케이주'가 오는 7월 9일자로 대한민국에서 '강제 퇴출'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사라진다.

첫 연구성과를 발견한지 19년 10개월, 허가를 받은지 2년만에 퇴출되는 것이다.

식약처는 3일 인보사의 허가를 오는 9일자로 최종 취소한다고 밝혔다.

인보사는 이웅열(사진)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내 인생의 3분의 1을 투자했다"고 할 정도로 애착을 가졌던 바이오 신약이다.

1999년 9월 코오롱이 골관절염 치료물질 '티슈진'(TISSUEGENE) 개발했을 당시 이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된다는 꿈에 희색이 만면했다.

 

코오롱그룹의 꿈이 영글던 마곡타워 [연합]

미국으로 건너간 코오롱티슈진은 2006년 미국 연방식품의약국(FDA), 인보사 임상시험을 승인받았고, 그해 12월 한국에서도 임상시험 승인이 났다.

2014년 7월엔 코오롱생명과학이 충주공장 부지에 인보사 생산공장 신설했고, 2년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2016년 일본에 5000억원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나중에 드러났지만 2018년 말 일본측은 계약파기를 통보했고, 이유는 주성분이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2017년 봄, 코오롱측은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한다. 이 전 회장은 2017년 4월 코오롱생명과학 충주공장을 방문해 "인보사가 글로벌 혁신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큰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허가 신청 당시 코오롱측은 주성분을 허위 기재했다고 식약처는 밝혔다. 주성분 2액이 신장세포임에도 연골유래세포라고 기재한 것이다. 당시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던 식약처는 그해 7월12일 인보사 품목허가를 내주었다.

결국 올해 3월 29일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미국 제품에 대한 STR검사(유전학적 계통검사)에서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임을 확인했고, 그달 31일 인보사 제조·판매는 중지됐다.

식약처는 지난 4월 15일 국내 인보사 제품 STR검사에서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임을 정부차원에서 실증적으로 확인한 뒤, 5월 28일 인보사 허가취소 방침을 밝히고 검찰에 고발했다.

인보사의 퇴출로 코오롱측의 연구개발 비용 2000억원가량은 손실로 잡히게 됐다. 1조247억원 규모의 해외 기술수출·판매계약도 날아갔다. 인보사 개발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 147억원도 반환해야 할 처지가 됐다.

여기에 인보사 투여 환자들의 집단 소송, 투여 환자 3700명에 대한 15년 장기 추적에 따른 비용 830억원 등도 부담해야 하고 환자와 주주의 거액 소송과 경영진의 검찰수사에 직면해 있다.

꿈이 재앙으로 바뀐 것이다. 코오롱그룹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대처할 지 주목된다.

한편 지금까지 국산신약이라는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가 생산이 중단되거나 자진 철수한 의약품은 선플라주, 밀리칸주, 슈도박신주 등이다. 대부분 자진철수이지만, 인보사는 '강제 퇴출'이라는 점에서 더 큰 불명예를 안게됐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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