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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 맵에 없는…섬·마을을 ‘탐색’하다
영국·프랑스 영토갈등 멩키에군도
민다나오섬 남쪽 숨어있는 섬들
중앙아 분쟁 대상 페르가나 분지…

갈망이 만든 과거·현재 공존의 땅
독특함 가득한 서른아홉곳 이야기


“크리스티아니아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중심부에 있는 자유의 섬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목가적 이상향 아르카디아를 떠올리게 한다. 크리스티아니아 헌법에도 나오는 매력적인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풍경이다.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린다. 단, 다른 이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자유를 침범해서는 안된다.” (‘지도에 없는 마을’에서)

‘토포필리아(topophilia)’. 장소에 대한 본질적인 사랑이 인간의 근원적인 갈망이라고 말한 사회지리학자 앨러스테어 보네트 교수의 통찰은 울림이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곳을 찾아나서는 현대인들의 노마드 여행도 어쩌면 원초적 공간의 상실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 국경이나 지도가 필요치 않던 시절, 먹을 것을 찾아 이동해온 인류의 유전자가 땅과 자연을 끊임없이 찾아나서도록 추동하는 것, 혹은 근원적 향수가 우리 안에 있는 것이다.

보네트 교수는 ‘지도에 없는 마을’(북트리거)에서 독특한 장소 서른아홉 곳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땅을 둘러싼 영유권 분쟁 지역, 과거와 현재가 어색하게 공존하는 장소, 이상향을 꿈꾸는 실험적인 곳들이다.

저자의 탐색은 영국과 프랑스의 영토 갈등이 얽힌 멩키에군도에서 시작한다. 우리의 독도분쟁과 겹쳐지는 이야기다.

지리적으로는 프랑스에 가깝지만 영국령에 속하는 저지섬에서 23킬로미터 떨어진 밍키스라 불리는 맹키에군도는 썰물때는 200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광대한 모래와 암석이 드러난다. 그 중 메트레스 섬은 규모를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섬으로, 1792년 영국은 이 곳에서 화강암을 채굴했는데, 그 때 지은 돌오두막 여러채가 남아있다. 프랑스는 뒤늦게 이 곳의 중요성을 인식, 1938년 4월 수상이 메트레스섬을 찾아 프랑스 영토라고 선언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에 넘어갔다 돌아온 멩키에군도와 에크레호 군도는 1953년 국제사법재판소로 영유권분쟁이 넘어가고, 영국은 오두막이 영국 것이라는 주장을,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어획구역이었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판결은 영국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다시 양국의 깃발꽂기 갈등이 이어지고, 두 나라는 13년동안 수 차례에 걸친 논의끝에 2004년 구역을 확실하게 구분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저자는 이 멩키에군도에서 불길한 불씨를 감지한다.

섬은 새로 태어나기도 한다. 7107개의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은 2016년 섬 534개가 새로 발견됐다. 필리핀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민다나오섬 남쪽에 숨어있던 섬들이다. 이들 섬은 남중국해로 관할권을 확장, 분쟁을 일으키는 중국의 야욕에 맞서 애국 전선의 첨병이 되고 있다.


국경긋기가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 지역도 있다. 중앙아시아의 중심 페르가나 분지는 구 소비에트연바에 속했던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의 영토가 만나는 곳으로, 다른 영토에 낀 월경지들이 많아 분쟁의 대상이다. 거주민들은 지역의 수원지에서 물을 얻으려면 이 나라 저나라 국경을 넘고 또 넘어야 하는데 위험 천만이다. 저자는 주권국가를 얻은 대가가 너무 크다며, 주민들은 다문화제국의 향수를 느끼고 있다고 전한다.

영토가 없어도 주권을 인정받는 나라도 있다. 로마의 코도티거리 68번지에 위치한 ‘성 요한의 예루살렘과 로도스 및 몰타의 주권 군사 병원 기사단’이다. 면적은 6000제곱 미터에 불과하지만 106개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고 전 세계 10여개국에 대사관을 두고 있다. 몰타기사단에는 1만3500명이 넘는 기사와 사제,8만명의 평생자원봉사자, 대부분 의료인력인 2만5000명의 직원이 소속돼 있다. 몰타기사단은 흔히 영토로 주권국가를 규정하는 개념과 멀다. 이들은 그 어떤 땅에 대해서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는다. 영토와 국경이 없는 국가, 주권이 사람들의 관계망 내에서만 효력을 발휘하는 신지정학적 개념이다.

그런가하면 덴마크 코펜하겐 중심에는 약 10만평에 이르는 자유의 섬이 있다. 1000여명이 거주하는 작은 자치국, 크리스티아니아는 자체통화와 법률, 정부, 가치관을 갖고 있다. 전 세계에서 자유지상주의와 조합주의 도시실험이 가장 완성형에 가깝게 실현된 곳이다. 모두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공공시설의 유지 관리비용은 일정금액의 사용료로 충당한다. 덴마크 고유의 휘게가 가장 잘 구현된 이 곳은 모든 토지와 주택이 공동체의 소유지만 모든 집들에선 개인의 개성이 숨쉰다. 다른 덴마크인들이 버리는 것들을 다양하게 재활용하는 집과 건축물들은 유럽에서 가장 활기찬 건축현장이 되고 있다. 유리로 지은 기울어진 집, 호숫가에 지은 UFO같은 집 등은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외부인이 들어와 살려면 빈 자리가 나야 하고 전체 조합원들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논란거리이긴 하다. 그러나 저자는 “법률과 규제로부터의 자유로운 삶에 대한 갈망, 자신을 자유롭게 표출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희망의 상징이라며,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면서도 집단주의적인 거주방식이 현대 도시에서 아주 잘 유지되고 보탬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소라고 설명한다.

저자의 장소 탐색은 구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카이로의 쓰레기 도시, 인도의 버림받은 영국인 묘지, 도쿄의 지하철에 얽힌 미스터리로 이어진다. 세계 구석구석을 찾아나서며 장소의 의미를 발굴해 나가는 이야기는 탐험의 재미와 땅과 자유에 대한 인간의 갈망으로 이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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