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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아 기자의 바람난과학] 인공강우는 왜 미세먼지 해결책이 되지 못할까
- 정부 4월 인공 강우 실험 결과 발표
- 보성ㆍ광양ㆍ벌교 등에 자연 비와 섞여서 0.5㎜ 내려
- “미세먼지 저감 대책은 될 수 없어”

이번 무인기 인공 강우 실험은 전남 고흥 상공에 200㎏ 중량의 드론인 ‘TR-60’을 띄워 실시됐다.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정부가 무인기로 인공 강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고농도 미세먼지를 씻어낼 정도의 인공 비가 내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기상청 소속 국립기상과학원은 지난 4월 전남 고흥과 보성 주변 상공에서 인공 강우를 위한 무인기를 띄워 실험을 진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6일 “실험 결과 전남 광양에서 자연 강수와 합쳐 0.5㎜의 강우량이 기록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익명을 요청한 기상청 관계자는 17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인공 강우 그 자체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미세먼지를 막는 대비책으로는 턱도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세먼지를 해소하려면 최소한 1시간에 10㎜ 이상의 강한 비가 와야 한다”라며 “그런데 설령 인공 비가 많이 내리더라도 인공 강우 자체는 미세먼지 대책이 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과 인공 강우를 만들 수 있는 날 자체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력이 아닌, 기상 조건이 문제다.

무엇보다 인공 비가 내리려면 비구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비구름에 있는 작은 수증기 입자가 잘 뭉치도록 해 지상으로 떨어질 정도의 큰 방울을 만드는 것이 인공 강우 기술의 기본 원리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심할 때 우리나라는 고기압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구름 자체가 많지 않다. 인공 강우 실험이 이뤄진 지난 4월 25일만 해도 서해 남부 해상에는 낮은 구름인 하층운이 형성돼 있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로 인해 구름 입자에 달라붙은 수분의 양이 최대 3.8배 늘어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적으로 ‘좋음~보통’ 수준이었다.

염성수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날의 기상 조건을 연구한 결과에서도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수록 구름의 양은 줄어들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 인공증우 활동 전문가 평가 보고서’도 ‘인공 눈비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름이 충분하게 있어야 한다’고 전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진행한 실험은 유인 비행기가 아닌 무인기로 인공 비를 내리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인 비행기가 날 수 없는 낮은 고도에서 무인기가 비구름에 빠르게 접근해 인공 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에서 인공 강우 기술이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인식되면서, 관련 사업에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공 강우로 미세먼지를 잡겠다며 환경부는 8억8000만 원이던 기존의 예산을 이번 추경을 통해 28억8000만 원까지 늘려 편성했다.

안상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인공 강우 기술은 자연 강우에 개입하는 인공 증우 기술”이라며 “국내 기상에 맞는 기초 연구를 중장기적으로 한다는 점에선 실험의 의미가 있지만 실용적인 목적인 미세먼지 저감 등의 효과를 목표로 내세우며 대규모 연구예산 확보를 지향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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