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퇴진’ 조건부 추대 가능성도

바른미래당의 한 축인 바른정당계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원내대표 선출일이 다가오지만, ‘필승 전략’이 마땅하지 않아 불안감이 묻어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손학규 대표 퇴진을 골자로 한 ‘조건부 합의 추대’를 추진해야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다만 오 의원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 이후 정치적 무게감을 높였다는 점에서 바른정당계의 우세를 낙관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바른미래는 오는 15일 신임 원내대표를 뽑는다. 후보는 국민의당 출신의 김성식 의원, 바른정당 출신의 오신환 의원 등 2명으로 좁혀지고 있다.

현 지도부는 재선의 김 의원을 점 찍은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비교적 계파색이 옅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 김관영 원내대표의 뜻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통과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지도부와 정치적 거리가 가깝다는 평이다.

오 의원은 지도부와 각을 세운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 일부에게 지지를 받는다. 사무총장직에 있는 오 의원은 앞서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며 지도부와 수차례 충돌했다.

바른정당계의 초조함은 수싸움에서 밀릴 공산이 있다는 데서 나오고 있다.

바른미래 내 당 활동을 하는 의원 수는 24명으로, 후보군 2명을 빼면 22명이다. 이날 기준 각 의원의 행보를 종합해볼 때 김 원내대표와 주승용ㆍ이찬열ㆍ채이배ㆍ임재훈ㆍ최도자 의원 등 6명은 당권파에 속한다. 박주선ㆍ김동철ㆍ권은희ㆍ김삼화ㆍ김수민ㆍ신용현 의원 등 6명은 국민의당계로 분류된다.

바른정당계는 정병국ㆍ유승민ㆍ이혜훈ㆍ정운천ㆍ유의동ㆍ하태경ㆍ지상욱 의원 등 7명이다. 연합 뜻을 밝힌 국민의당계 내 김중로ㆍ이동섭ㆍ이태규 의원 등 3명을 더해도 10명으로 숫자 싸움에서 최소 2명이 불리할 수 있다.

바른정당계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손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정무부지사, 과거 ‘안철수 캠프’ 때 선거대책부본부장을 맡는 등 김 의원의 이력도 우리 입장에선 위협적인 게 사실”이라며 “특히 행보가 확실하지 않아 ‘캐스팅보터’가 된 권은희ㆍ김삼화ㆍ김수민ㆍ신용현 의원과 관계가 좋은 점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정치권 일각에선 오 의원이 할만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사무총장직을 무리없이 소화하고, 원만한 성격 덕에 적이 없다는 데 따른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오 의원이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소신을 굽히지 않은 데 많은 이가 감동을 받았다"며 "젊고 참신한 것은 물론, 이번 일을 통해 추진력까지 보여준 데 따라 그를 따르는 인사가 많아진 게 사실"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바른정당계 내부에선 손 대표의 퇴진을 조건으로 김 의원을 합의 추대하는 식의 ‘딜’을 고심 중이라는 말도 돌고 있다. 손 대표의 퇴로를 마련하는 한편 김 의원 체제의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사분오열된 당내 통합을 이루자는 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방식도 낙관적이지는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손 대표도 자신감을 얻고 체제 강화에 온 힘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며 ”경선을 통해 끝까지 가는 게 맞다“고 했다.

이원율 기자/y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