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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필드의 기적’과 닮은 14년전 리버풀 ‘이스탄불의 기적’은?
-챔스 결승서 전반까지 0-3 ‘패색’
-후반 3골로 동점…승부차기 승리

2005년 5월 26일(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4-200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서 승리한 리버풀의 주장 스티븐 제라드가 UCL 우승컵인 ‘빅 이어’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리버풀은 AC밀란에 전반까지 0-3으로 뒤지다, 후반전 3골을 넣으며 동점을 이룬 뒤 승부차기로 극적으로 우승했다. [EPA]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안필드의 기적’이라 부를 만 하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은 8일(한국시간) 홈 구장인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 2차전에서 바르셀로나(스페인)에 4-0으로 이겼다. 지난 2일 1차전에서 0-3 대패를 당해 패색이 짙었던 리버풀은 2차전 대승으로 합계 스코어 4-3을 기록, 극적으로 결승에 올랐다.

이 같은 승리는 14년 전 역시 리버풀이 일궜던 ‘이스탄불의 기적’을 떠올리게 한다. 리버풀은 2005년 5월 26일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4-2005시즌 UCL 결승에서 AC밀란(이탈리아)에 전반에 무려 3골을 내준 뒤 후반에 3-3을 만든 후 승부차기 끝에 우승했다.

당시 경기는 1ㆍ2차전으로 나뉘어 두 번에 걸쳐 치러진 경기는 아니었지만, ‘UCL 역전승’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명승부 중 하나다. 준결승에서 ‘한국인 듀오’ 박지성과 이영표가 활약한 PSV에인트호벤(네덜란드)을 힘겹게 꺾고 결승에 올라와 통산 7번째 우승에 도전한 AC밀란은 1분 만에 파울로 말디니가 선제골을 뽑았다. 안드레아 피를로의 감아찬 프리킥이 문전 앞으로 올라오자 공격에 가담한 말디니는 오른발 논스톱 바운딩슛으로 네트를 갈랐다.

AC밀란은 전반 39분 카카-안드리 셰브첸코-에르난 크레스포로 이어진 환상적인 삼각 크로스를 크레스포가 마무리하며 스코어를 2-0으로 벌렸다. 5분 뒤에는 역시 크레스포가 카카의 크로스를 감각적인 오른발 토킥으로 골망을 흔들어 3-0으로 달아났다.

하프타임 때 라커룸으로 돌아간 리버풀 선수들은 모두 넋이 빠졌다. ‘이대로 패배를 맞이해야 하나’ 다들 고민하던 시점에서 당시 라파엘 베니테즈 리버풀 감독은 선수들에게 승부욕을 다시 일깨웠다. 당시 리버풀 주장이었던 스티븐 제라드의 자서전에 따르면 베니테즈 감독은 침울해하던 선수들에게 “고개 숙이지 마라. 서포터들을 위해서 고개를 들어라”며 “그들을 위해 해내야만 한다”고 외쳤다. 이어 “만약 우리가 몇 개의 찬스를 만든다면, 만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는 것이다”며 “할 수 있다고 믿어라. 가서 영웅이 될 기회를 잡아라”고 덧붙였다. 이 말은 선수들에게 다시 힘을 내게 했고, AC밀란이 자랑하는 ‘빗장 수비’를 무너뜨렸다.

후반 리버풀은 다시 일어섰다. 9분 제라드는 존 아르네 리세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꽂아넣어 추격의 물꼬를 텄고 2분 뒤 체코 출신 교체 멤버 블라디미르 스미체르가 그림같은 중거리포로 2- 3으로 따라붙었다. 후반 14분 리버풀은 겐나로 가투소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키커로 나선 사비 알론소의 킥이 디다의 선방에 막혔으나 리바운드된 볼을 알론소가 다시 강하게 차 넣어 기어이 3-3 균형을 맞췄다.

이후 공방전 끝에 연장까지 포함한 120분의 혈투를 끝내고 맞이한 승부차기. 리버풀의 영웅은 2002한일월드컵 때 한국과 맞붙었던 폴란드 출신 골키퍼 예지 두덱이었다. 선축을 한 AC밀란의 1번 키커 세르지뉴의 슛은 어이없이 크로스바를 넘어갔고 2 번 키커 피를로의 킥은 좌우로 움직이며 키커를 교란한 두덱의 손끝에 걸렸다. 반면 리버풀은 1ㆍ2번 키커 디트마어 하만과 지브릴 시세가 차분히 골을 성공시켜 2- 0으로 앞섰다.

AC밀란 3번 키커 욘 달 토마손의 킥 성공과 리버풀 3번 키커 리세의 실축, 양팀 4번 카카, 스미체르의 킥 성공으로 리버풀이 3-2로 앞선 상황. AC밀란의 마지막 키커는 ‘득점기계’ 셰브첸코였지만 두덱은 정면으로 날아온 볼을 몸으로 막아냈다. 승부가 결정된 순간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어깨동무를 하고 있던 리버풀 선수들은 ‘이스탄불의 기적’을 일궜다. 1993년 UCL로 이름이 바뀐 이후에는 첫 우승이며 통산 5번째 유럽 챔피언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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