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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국회 파행에 주저앉은 금융혁신
20대 국회 파행을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선거제 개편과 공수처 등 신속안건처리(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벌이는 여야 갈등에 금융위의 주요 입법 과제들이 모두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정쟁이 총선 정국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법안 통과 시점은 예측조차 어려워진 상황이다.

30일 금융위에 따르면 주요 입법 과제를 추진중인 부서들의 좌절감과 피로감은 최근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회 상황에 대해 정부가 뭐라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여야 이견이 없는 경제관련 법만이라도 통과되면 좋을 것 같은데 답답하다”며 작금의 ‘입법 실종’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 금융거래지표법은 국제 기준에 맞춰야하는 시급한 현안이고, 사모펀드 운용 규제 완화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은 혁신금융 추진의 매우 중요한 관문이다. 담당 부서들은 향후 쟁점이 될 수 있는 사안을 챙기면서 법 통과를 전제로 시행령까지 미리 준비하고 있지만 흘러나오는 한숨을 숨기긴 어렵다.

P2P(개인 간 거래)대출 관련 법안도 시급한 민생 법안에 가깝다. 관련 시장은 최근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당국 감독권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불법 업체의 일탈과 소비자 피해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P2P대출은 금융당국의 핵심 정책인 ‘포용적 금융’을 이뤄낼 한 축이기도 하다. 법안의 시급성은 물론 여야 간 이견도 크지 않았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P2P 법을 담당하는 금융혁신과는 입법 이외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언제 정상화될지 모르는 국회 상황을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금융혁신과 관계자는 “당국도 당국이지만 업계에서 많이 답답해하는 상황이다. 다음달에 업계와 간담회를 열어 머리를 맞대볼 계획”이라며 “별다른 상황 진척이 없으면 다른 고민을 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그룹통합감독법을 추진중인 금융그룹감독혁신단도 표면적으로는 개점휴업 상태다. 대변인 업무를 겸직하던 이명순 단장은 최근 공석이 된 금융소비자보호국장 자리로 아예 이동했다.

그럼에도 혁신단은 입법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는 7월 만료되는 통합감독 모범규준 재정비 작업에 돌입했다. 법이 없으면 강제성도 없지만 정책당국으로서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석이 된 감독혁신단장 자리도 곧 채워질 예정”이라며 “밖에서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 아니냐’고 보는 시선이 있지만 안에서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자세로 열심히 뛰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혁신을 이끌 또 하나의 중요 법안 중 하나인 신용정보법 개정안도 금융위로서는 속이 타는 법안이다. 그간 백방으로 국회를 뛰어다니던 금융데이터정책과는 대안으로 우회로를 택했다. 데이터 표준 API 워킹그룹을 구성해 기술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미리 해결해 두겠다는 방침이다.

데이터정책과 관계자는 ”유관기관과 주요 금융권, 핀테크업계 실무자들이 모여 데이터 표준 API 구축에 따라 발생하는 다양한 기술적 문제와 제공되는 데이터의 구체적 범위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통과를 위해 뛰던 금융소비자정책과도 지난 18일 발표한 소비자보호 종합방안을 추진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법 제정없이도 할 수 있는 과제를 준비하는 것이다.

민생과 국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안들이 어디 금융 관련 법 뿐일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이 차라리 이같은 민생 현안 법들이라면 어떨까. 여야 간 견해 차이로 즉각적인 합의가 안되더라도 지속적인 토론을 통해 그 간극을 좁혀가는 것이 바로 정치고, 입법이다. 정쟁에 치우쳐 입법이라는 본원적 역할을 내려놓은 직무유기 국회를 바라보는 공무원도, 국민들도 모두 가슴이 답답하다는 걸 그들은 알까.

배두헌 IB금융섹션 금융팀 기자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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