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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 ‘스카이 캐슬’…미국은 ‘아이비 캐슬’
유명 배우·기업가 수십명 연루
자녀 성적조작 등 명문대 입학
‘코디’ 낀 280억원대 입시비리
검찰 기소규모 사상최대 ‘美 충격’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EPA]

미국에서 유명배우, 법조인, 기업가 등 부유층 수십 명이 연루된 사상 최대 규모의 대학 입시 비리 사건이 터졌다. 재력가 학부모들이 입시 브로커와 예일, 스탠퍼드 등 명문대 관계자들에게 280억원대의 뇌물을 주고 자녀들을 부정 입학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진학 컨설턴트라 불리는 브로커(‘코디’)를 고리로 뇌물수수와 각종 수법의 입시부정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국판 ‘스카이캐슬’이라 할 만하다.

미 연방검찰은 12일(현지시간) 대학 입학시험 성적과 프로필을 조작해 자녀들을 명문대 체육특기생으로 입학시킨 부유층 학부모들과 입시 컨설턴트(브로커), 대학 코치, 대입시험 관리자 등 50명을 기소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이 전했다.

매사추세츠 연방지방검찰청 앤드루 렐링 검사와 연방수사국(FBI) 조지프 보나보론타 보스턴 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바서티 블루스 작전’으로 명명된 이번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바서티 블루스’는 대학운동선수를 지칭한다.

검찰과 FBI가 기소한 50명은 학부모 33명, 대학 코치 9명, 입시 브로커ㆍ대학 담당자 8명이다. 2011년부터 최근까지 8년간 이들 사이에 오간 뒷돈은 최소 2500만달러(약 283억원)이다.

렐링 검사는 “사상 최대 규모의 대학 입시 비리”라며 “기소된 학부모들은 부유층과 특권층의 카탈로그”라고 말했다. 학부모 중에는 ABC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의 배우 펠리시티 허프먼과 시트콤 ‘풀하우스’의 로리 러프린이 포함됐다.

러프린은 두 딸을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조정팀에 입학시켜주는 대가로 입시 브로커에게 50만달러를 건넨 혐의다. 뉴욕 로펌의 공동대표 고든 캐플런 변호사, 로스앤젤레스(LA) 부티크 마케팅업체 대표 제인 버킹엄, 뉴욕 포장업체 대표 그레고리 애벗 등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다수 포함됐다.

입시 담당자들은 이들의 자녀들이 대리시험을 치게 하거나, 답안을 수정해 입학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의 중심에는 캘리포니아주 입시 컨설팅업체 에지 칼리지&커리어 네트워크 대표인 윌리엄 싱어가 있었다. 그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돈을 대학 코치와 입시담당자에게 전달한 혐의다. 이를 통해 의뢰인의 자녀들에 대해 응시 특혜ㆍ답안조작ㆍ대리시험 등으로 좋은 성적을 받도록 했다. 이날 법정에서 싱어는 “학부모와 자녀가 원하는 점수를 받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 싱어는 자선재단을 이용, 뇌물을 ‘기부금’으로 세탁해 학부모들이 세액공제까지 받을 수 있게 해줬다.

학부모들은 통상 20만~40만달러를 지불했으며 최고 650만달러의 뇌물을 제공한 사례도 있었다. 이들이 자녀를 부정 입학시킨 대학은 예일, 스탠퍼드, 조지타운, 웨이크포리스트, UCLA, USC, 텍사스 대학 등이다. 주요 전공은 축구, 요트, 테니스, 수구, 배구, 조정 등이었다.

루돌프 메러디스 예일대 여자축구팀 코치, 존 벤더모어 스탠퍼드대 전 요트팀 코치 등은 브로커로부터 수십만 달러를 받은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0개월간 비밀 수사를 통해 이번 사건을 밝혀낸 검찰은 “조사가 진행중이라 피고인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학부모와 브로커 등 13명이 체포됐다. 사기 공모, 돈세탁, 업무방해 등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대 징역 20년에 처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경 기자/p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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