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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취업준비생, 지옥 그리고 호모사케르
#“회사생활이 지옥 같다고들 하는데, 그 지옥이 지금보다는 낫지 않겠나…” <본지 2월21일자 1면> 서울 한 대학 졸업식장에서 만난 취준생의 절규.

#지난 1월 30일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한 ‘광주형 일자리’ 협상이 타결됐다. 정규직 직접고용 1000명, 간접고용 1만명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초임 연봉은 주 44시간 근무 기준으로 3500만원.

#SK이노베이션 노사가 기본급 1%로 조성하는 ‘행복나눔 기금’이 올 연말이면 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금은 2017년 10월부터 올 연말까지 27개월간 총 106억원이 조성될 것이라고 한다.

위 세 사례는 우리나라 고용의 그림자와 희망의 빛을 모두 지니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 조사에 의하면 올 대학을 졸업생 10명 중 1명만이 정규직 직장을 얻었다 한다. 그럼 9명은?. 1명은 비정규직, 나머지는 구직중이다. “회사가 지옥이라도 지긋지긋한 취준생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라는 그들에게서 어떤 한계를, 인내의 임계점을 본다.

나는 노·사·민·정의 타협에서, SK이노베이션의 노사협력에서 희망의 작은 틈을 발견한다. 다소 파격적인 발상을 해본다. 우리나라 100대 대기업-50대 기업, 20대 기업도 좋다-사무직에 한해 임금인상분 중 ‘1.5~2%’를 양보하고 그 액수만큼 신입사원을 더 뽑으면 어떨까. 정부는 기업에는 법인세 산정 때 세제혜택을 주고, 나눔에 동참한 직원에게도 세제혜택을 고민해야 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도 장기적 안건으로 논의했으면 한다. ‘도로도 없고 내부도 없는 사막 안의 사막에 서 있는 취준생에게 작은 틈을 열어줄 수 있지 않을까.

고용문제는 ‘취업절벽’이라는 수사만으론 부족하다. 이젠 사회 불안의 관점, 상식의 선을 넘어 위기의 시선으로 봐야 한다. 1960년대 중국의 마오쩌둥이 지식인들을 농촌으로 내려보낸 것(하방)도 도시 실업의 불안 때문이었다. 실업과 경기침체는 이탈리아의 파시즘을, 독일의 나치 정권이라는 괴물을 낳았음을 역사는 보여주지 않았는가?

우리는 나 자신을 위해서도 나눔에 동참해야 할 책무가 있다. 나는 이미 우리이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둘이다. 나는 나에 대해서 나이고, 사회공동체 속에서의 나이기 때문이다. 스피노자는 그의 ‘에티카’에서 “우리 신체는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매우 많은 다른 신체들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우리 신체는 공기, 물, 영양, 즉 자신을 유지하기 위한 아주 많은 이질적인 신체들의 섭취를 요구하며 그것이 없다면 신체는 빠르게 소멸할 것이다. 또 그는 ‘정치론’에서 ‘어느 누구도 고립 속에서 자신을 방어하거나 삶에 필요로 모든 것을 얻을 정도로 충분히 강하지 않다”라고 강조한다.

문재인 정부는 재정을 통한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와 함께 노동계·기업을 설득, 일자리 창출에 매달려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고용창출의 공간을 넓혀야 한다. 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도록 만나고 또 만나야 한다. 민노총은 링 밖의 관찰자가 아닌 링 안의 당사자 임을, 현실의 재분배와 인정(Recognition)에 노동계도 동참해야 함을 설득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의 아데나워는 철천지원수였던 프랑스와 관계 복원을 위해 21번이나 퇴짜를 맞은 후에야 드골을 만날 수 있었다.
 
김능옥 레이아웃룸 에디터 k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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