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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북미정상 악수 순간 하노이는 ‘축제의 장’
‘평화축제’ 즐긴 베트남 시민들 표정

한복 입고 성조기 흔들며 “회담성공 기원해요”
회담장주변 셀피 찍으며 “보고싶어요 김정은!”
교통통제 불편엔 대부분 “국가적 행사, 괜찮다”


27일 2차 북미정상회담이 막을 올린 하노이 메트로폴호텔 앞에 딸을 데리고 나온 추엔 씨. “이번 회담이 꼭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진=윤현종 기자/factism@]

[하노이(베트남)=윤현종 기자] 만나는 사람들마다 웃으며 기뻐했다. 최근 30년 간 이런 적은 없었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번째로 만나 악수한 27일 오후 6시30분(현지시각)께부터 하노이는 거대한 파티장이 됐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또는 혼자 시내로 몰려나와 각자의 방식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이름의 평화 축제를 즐겼다. 삼엄한 경비와 교통통제로 아무리 차가 막혀도 하노이 시민 대부분은 “괜찮다”고 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 일대일 단독회담 중이던 오후 6시45분께 회담장인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호텔 주변은 사람들로 만들어진 거대한 성채에 포위된 듯 했다. 장벽의 절반은 전세계에서 몰린 취재진이었다. 기자들이 쳐놓은 카메라 사이를 파고들어 얼굴을 내민 나머지 절반은 하노이 시민들이었다. 습기로 가득찬 초여름 날씨. 하염없는 기다림에 지친 일부 기자들은 지친 기색도 엿보였다. 그러나 하노이 사람들은 유독 싱글벙글 했다. 표정만 봐도 취재진인지 하노이 시민인지 구분이 가능할 정도였다.

기껏해야 5세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아이를 품에 안고 현장에 온 남성이 눈에 띄었다. 자신을 ‘하노이 시민’이라고 밝힌 추엔 씨는 딸과 함께 역사적인 순간을 즐기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색동 한복을 입은 그의 딸은 미국 성조기를 들고 있었다. 한복 차림에 미국 국기를 들고 나온 베트남 사람. 이번 정상회담의 주역인 세 나라(북한ㆍ미국ㆍ베트남)가 절묘하게 이룬 조화였다. 추엔 씨는 더듬거리는 영어로 “이번 회담이 꼭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순간 스쿠터를 타고 현장을 지나던 젊은 여성 두 명이 멈추더니 “또이몬쎔 김정은!”을 외치며 셀피를 찍는다. 챤 씨였다. 방금 말한 베트남어가 무슨뜻인지 물었다. “또이몬쎔(Toi moun xem)은 ‘보고싶다(I want to see)’는 뜻”이라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시민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챤 씨는 말했다. 축제 현장은 각종 코스프레로 가득했다. 붉은색과 푸른색 아오자이(베트남 전통의상)를 각각 차려입은 시민 2명은 메트로폴호텔 앞 통제선을 떠나지 않고 계속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 뒤로는 한 서양인이 탄 독특한 오토바이가 눈에 띄었다. 양 옆엔 각각 북한 인공기와 베트남 금성홍기를 꽂았다. 뒤에는 미국 성조기를 높이 매달고 있었다. 그는 이 오토바이를 몰고 회담장 주변을 계속 맴돌았다.

이날 하노이 주요도로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을 감안, 수시로 시작과 끝을 반복한 교통통제 때문에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차로 20분 걸릴 거리를 40분에 가야했다. 오토바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도 하노이 시민 대부분은 불편을 감수하는 분위기였다. 시민 도안 씨는 “(정상회담은)세계적인 행사로 국가에도 큰 의미가 있다”며 “이정도 수고는 괜찮다”고 했다. 일부에선 며칠씩 계속되는 교통통제에 불만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직장인 장 씨는 “평소 오전 7시 반까지 출근하는데, 교통통제 때문에 1시간이나 일찍 집을 나서야 한다. 매우 불편하다”고 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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