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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미정상회담 D-2 ①] [르포] “사랑ㆍ평화의 도시로 거듭나길”… 지금 하노이는 ‘평화 페스티벌’
-하노이 최대 중심가 호안끼엠 호수 주변 ‘평화기원’이벤트 열려
-호수 둘러싼 북ㆍ미ㆍ베트남 깃발 물결
-불과 900m 떨어진 멜리아 호텔 취재진 몰려 긴장감 ‘대조’


레 두안 즈엉(왼쪽에서 세번째) 씨가 24일 오후 하노이 호안끼엠 호숫가에서 ‘평화기원’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두안 즈엉 씨 오른편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머리모양과 옷차림의 남성들이 이채롭다 [사진=윤현종 기자/factism@]

[헤럴드경제(하노이)=윤현종 기자] 베트남 최대 명절이자 9일간의 설 연휴였던 ‘뗏’이 끝난지도 2주일이 됐지만 수도 하노이는 여전히 축제분위기다. 이틀 뒤면 이곳에서 열릴 2차 북미정상회담 때문이다. 과거 전쟁의 상처를 입었던 인구 800만의 이 도시는 다가올 ‘평화’를 품으려는 시민들 열기로 가득했다.

24일 오후, 하노이 최대 번화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호안끼엠 호수 주변은 인파로 뒤덮였다. 이 일대는 서울 번화가처럼 주말엔 차량 운행이 제한된다. 일요일을 맞아 호수를 따라 늘어선 다양한 레스토랑과 카페, 상점은 문전성시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머리모양과 옷차림을 따라한 베트남 어린이가 24일 오후 하노이 중심가 호안끼엠 호수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사진=윤현종 기자/factism@]

수많은 사람 가운데 호숫가 2차선 도로를 따라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 사람들 한무리가 눈에 띄었다. 차림이 독특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머리 모양과 의상을 따라한 남성 4명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초등생으로 보이는 아이부터 10대 청소년ㆍ20대 청년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반대편엔 베트남 민속의상 아오자이를 입은 여성 두 명이 자리했다. 청년 한 명과 나이 지긋한 어르신 한 명이었다.

가운데에 선 중년으로 보이는 남성은 평범한 차림이었지만, 양 옆으로 ‘김정은 코스프레’ 차림 남성과 아오자이 입은 여성들 손을 잡은 채 보폭을 맞추며 걷고 있었다. 성별과 연령이 다양한 그들은 한눈에 봐도 이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였다.

두안 즈엉 씨가 본지 취재진에게 선물한 책 ‘사랑(tinh thuong)’ [사진=윤현종 기자/factism@]
 
그들이 일요일 오후에 모여 하노이 중심가를 나란히 거닌 이유는 간단했다. 평화였다. 이 작은 행사를 주최한 디자이너 레 두안 즈엉 씨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는 하노이가 ‘평화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했다. 그는 “수십년 간 적대국이었던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평화를 위해 만나는 것 아니냐”며 “그런 만남의 자리가 내가 사는 하노이에서 열린다는 사실이 참으로 뜻깊다”고 덧붙였다. 그는 취재진에게 베트남어로 표지에 ‘사랑(tinh thuong)’이라고 쓰인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길거리를 걷는 그들의 모습은 본지 취재진에게만 포착된 것이 아니었다. 베트남 취재진도 몰려들었다. 현지 VTC 방송은 김정은과 똑같은 머리 모양과 옷차림을 한 어린이와 현장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호안끼엠 호수를 걷던 하노이 시민들도 이색적인 이벤트를 신기해하며 관심을 보였다.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주변에 걸려있는 북한(왼쪽)ㆍ베트남(가운데)ㆍ미국 국기. [사진=윤현종 기자/factism@]

호안끼엠 호수의 ‘인테리어’도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호숫가를 빙 둘러싼 수많은 가로수 사이 사이엔 미국 성조기와 북한 인공기ㆍ베트남 국기(금성홍기)가 나란히 꽂혀 있었다. 세 개의 깃발 바로 아래엔 악수하는 두 손이 그려진 방패모양 표지판을 걸어놨다. 악수하는 흰 손 바탕엔 우리 ‘한반도기’나 유엔 상징에 쓰인 것과 유사한 푸른색이 칠해져 있어 평화의 느낌을 더했다.

호숫가 인근 레스토랑도 2차 북미정상회담 특수를 한껏 기대하는 모양새였다. ‘서밋 스페셜(Summit special)’이란 이름의 버거 메뉴를 선보인 가게도 있었다. 이 식당 앞에 세워진 칠판엔 “더티 도널드와 김정염 버거를 일주일 내내 팝니다”고 쓰여 있었다. 김정염(Kim Jong Yum)의 ‘염’은 김정은 위원장의 이름 마지막 글자를 맛있다는 뜻의 영어단어 ‘여미(Yummy)’로 기발하게(?) 바꾼 것이다. 

24일 김정은 위원장의 숙소로 유력시되는 베트남 멜리아하노이 호텔 주변에 각국 기자들이 진을 치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연합]

이처럼 축제 분위기인 호안끼엠 호수와 달리, 불과 900여 미터 떨어진 멜리아 하노이 호텔엔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김 위원장 숙소로 거론되고 있는 이 호텔 맞은편 길가엔 하루종일 국내외 취재진들이 진을 치며 호텔 주변서 발생하는 상황을 세세히 살폈다. 베트남 현지언론은 24일 김 위원장의 경호팀이 하노이에 입성했다고 전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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