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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한미 워킹그룹의 명암…공조와 간섭 사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고 한반도정세가 다시 요동치고 있는 시점에 한미 워킹그룹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한미 워킹그룹은 20일로 작년 11월20일 미 워싱턴DC에서 첫 회의를 갖고 첫걸음을 뗀지 꼭 석달째를 맞았다.

한미 워킹그룹은 양국 정부가 남북협력과 한반도 비핵화 추진 과정에서 소통과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구축한 조율 시스템이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주도하는 가운데 양국 유관부서 관계자들이 참가하는 형태다. 한미는 2주에 한번 꼴로 화상회의와 대면회의를 번갈아 개최하는 식으로 한미 워킹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출범 석달을 맞은 한미 워킹그룹에 대한 평가는 후한 편이다.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속도를 둘러싼 이견 조정과 조율 기능을 수행하는 한미 워킹그룹이 설치된 뒤 이전까지 심심찮게 불거지곤 했던 한미 간 불협화음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이전에는 한미 간 남북 군사분야 이행합의서 체결, 남북의 북측 구간 철도공동조사,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 등을 둘러싸고 심상찮은 수준의 이견이 수면 위로 노출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한미 워킹그룹은 한미는 물론 북미 간 이견을 좁히는 애초 기대하지 못한 부수적이지만 커다란 효과도 거두고 있다. 이와 관련,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최근 국회에서 “한미관계가 잘 돌아가니 북미관계가 잘 돌아가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 긴밀한 한미관계가 북미관계 진전을 추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수의 전문가들도 작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북미관계가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합의에 이르기까지 한미 워킹그룹을 통한 한국의 나름 중재 역할이 있었다는 데 대해 공감하고 있다.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한국으로부터 북한의 입장을 전달받아 이해도를 높인 미국이 북미 직접대화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는 얘기다. 비건 특별대표가 2차 북미정상회담 사전정지작업을 위해 평양을 방문하기 전후 서울을 찾은 것은 상징적인 장면이다. 미 고위급인사가 서울을 ‘패싱’하고 곧장 평양을 오가면서 ‘통미봉남’ 논란이 불거지곤 했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만사가 그러하듯 한미 워킹그룹에도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지난 12~13일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에 동행한 취재진이 노트북과 고성능 DSLR 카메라, ENG 카메라 등 취재장비를 가져가지 못한 것을 일례로 꼽을 수 있다. 당초 취재진은 통상적인 방북취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재장비를 들고 가려 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미국 측과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며 취재장비 반출을 막았다. 한미 워킹그룹에서 사전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취재장비가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취재진은 노트북 대신 수첩과 필기도구, 고성능 DSLR 카메라 대신 일명 ‘똑딱이’ 디지털카메라를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새해 첫 남북 민간 교류 행사의 의미도 그만큼 퇴색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정부 부처 간 엇갈린 설명을 내놓는 촌극도 빚어졌다. 통일부는 특정 대북제재 규정에 저촉되는 게 아니라고 밝혔지만, 외교부는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에 위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가 각 부처별로 복잡하게 설정돼 있는 탓에 비롯된 혼란이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 못할 대목은 아니다.

문제는 한미 워킹그룹이다. 한미 워킹그룹은 애초부터 긴밀한 한미공조라는 기대감과 함께 미국의 과도한 간섭이라는 우려를 동시에 안고 탄생했다. 미국 취재진이 방북할 때 취재장비를 갖고 가지 못하는 상황을 상상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한국 취재진에게만 유독 과도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잉크도 마르기 전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 발언과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화 외교장관의 ‘5ㆍ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에 대한 ‘승인’ 운운 논란으로 한국 국민의 감정도 상처를 입은 상태다.

한미 워킹그룹 출범 직후 북한이 ‘미국은 남북관계에 끼어들어 감 놔라 배 놔라 할 명분이 없다’, ‘남북관계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려면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라’며 쏟아낸 비난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한미 워킹그룹의 장점은 키워나가고 미흡한 점은 적극 보완할 필요가 있다.

신대원 정치섹션 정치팀 차장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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