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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승룡이 ‘킹덤’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연기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약간 주춤했던 배우 류승룡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불과 15일만에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극한직업’의 주인공을 맡아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날 시리즈 ‘킹덤’에서도 강렬한 역할을 맡아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그가 ‘킹덤’에서 맡은 조학주는 왕보다 더 권력이 강한 실세로 조선의 실질적인 지배자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린 딸을 늙은 왕의 중전으로 만들 정도로 탐욕스러운 인물이다. 류승룡은 분위기부터 압도되는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움직임을 적게 하면서 공포의 공기를 담으려고 했다. 조명, 카메라 등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조학주가 무서운 존재임을 스스로 말하지 않고 주변에서 얼마나 무서운 지설명해줌으로써 제 캐릭터의 공포감이 설명된다. 하지만 대제학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를 쳐박게 할 수 있는 신 하나 정도는 필요했다.”

조학주는 ‘킹덤’ 시즌1에서 좀비를 제외하고는 인간을 대표해서 공포를 주는 존재다. 왕을 개처럼 묶어놓고 먹이를 주는데, 조학주가 바로 앞에 겁 없이 서있다. 이 모습만으로도 엄청난 공포다.

“익숙함을 표현하는 거다. 괴기스럽지 않게 보이도록 한다. 조학주가 죽은 왕을 살려내는 이유가 임신한 중전이 아들을 낳을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왕이 죽으면 세자인 이창(주지훈)에게 권력이 이어지는 걸 막기위해서다.”

실질적인 권력자인 영의정 조학주라는 캐릭터가 190개국 시청자에게는 어떻게 다가갈까?

“전세계에도 잘못된 권력자들이 있었다. 조학주는 시공을 떠나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인간 본연의 모습일 수 있는 만족을 모르는 욕망, 권력에 대한 허기를 조학주라는 인물속에 투영했다.”

신념과 방법이 잘못됐지만, 욕망과 야욕 같은 인간의 본성을 솔직히 드러낸 조학주가 전세계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많은 시청자들이 조학주의 무서움과 카리스마에 대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킹덤’은 김은희 작가가 ‘가을에 괴질이 유행하며 열흘 사이에 도하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효가 수만 명에 달하였다’라는 순조실록의 기록에서 착안했다. 실록속 의문의 역병을 죽지도 살지도 않는 좀비들의 이야기로 풀어내 그 시대의 아픔을 표현하며 동시대적 공감을 얻고 있다. 해외에서도 기존 좀비와는 다른 K좀비라는 언론 반응이 나오고도 했다.


“좀비는 저도 무서울 정도로 비주얼 쇼크다. 아무 생각 없이 달려드는 공포다. 해외좀비들과 달리 속도도 빠르고, 서로를 괴롭히지 않는다. 결국 그들보다 더 무서운 건, 왕을 좀비로 묶어놓고 태연하게 바라보는 조학주다.”

류승룡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허균 역이었다. “허균은 자신들만 옳다고 주장하면서 당쟁에 몰두하고 자기합리화에 급급해하는 이들을 평정해 민정정치를 하려고 했다면, 조학주는 자신이 곧 권력이다. 그만큼 권력집착 욕구가 심해졌다.”

류승룡은 ‘킹덤’이 한국의 의복이나 궁궐, 한옥 세트 등 미술적인 아름다움을 결합시켰다. 그는 가장 무서운 장면을 묻는 질문에 “중전과 연못 앞에서 대화를 나눌 때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연못속 보이지 않는 곳에는 수많은 시체가 수장돼 있다”면서 “이건 인간이 주는 공포다. 인간속에 숨은 욕망이다. 이게 가장 무서운 장면이었다. 창덕궁 후원에서 찍었는데, 서울 한복판에 그런 멋진 연못이 있는지 몰랐다.”

류승룡은 ‘킹덤’의 더빙판을 봤는데 마치 자신이 영어를 하는 줄 알았을 정도로 음색이 자신과 비슷했다고 한다. 이는 넷플릭스 콘텐츠이기에 가능한 경험이었다.

“시청률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창작자에 대한 배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모두 재밌게 찍었다는 기억이 있다.”

류승룡은 마지막으로 ‘킹덤’에 대해서 한마디했다.

“좀비는 다 똑같아진다. 시체가 양반인지 천민인지 옷을 보고 안다. 권력가가 식욕만 남으면 더 무서워질 것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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