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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마사 누스바움, 솔 레브모어 지음, 안진이 옮김, 어크로스)=세계 100대 지성으로 꼽히는 마사 누스바움 하버드대 석좌교수와 솔 레브모어 시카고대 로스쿨 명예교수가 나이 듦에 대해 지적 대화를 나눴다. 60대의 두 석학의 대화는 키케로의 ‘나이듦에 관하여’와 ‘우정에 관하여’로 시작한다. 두 석학은 키케로가 그의 벗이었던 아티쿠스와 주고받은 서신을 통해 진정한 우정이 인생의 각 단계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들려준다. 노인의 몸을 부정적이고 부끄러움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도 경종을 울린다. 마사는 베이비붐 세대가 신체를 혐오, 수치심의 대상으로 보던 관습에 맞서 몸을 알아가고 사랑하는 법을 실천헸음을 강조하며, 그 도전 정신을 상기시킨다. 두 지성은 회고적 감정과 후회, 슬픔, 분노가 어떻게우리 삶을 갉아먹는지에 대해서도,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를 인용, 강조한다. 은퇴에 대한 두 지성의 생각도 눈길을 끈다, 마사는 정년퇴직이 없는 현재의 미국식 사회제도가 노인들의 존엄성을 더 잘 지켜준다며, 정년을 의무화하지 않을 때 노인들의 정신적 행복과 세대 간 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노년의 사랑 역시 화두로 등장한다. 나이듦에 대한 저자들의 지적 대화를 따라가다보면 지혜롭게 나이든다는 것의 실마리를 붙잡을 수 있다.

▶체수유병집: 글밭의 이삭줍기(정민 지음)=옛 문헌에서 전통의 가치와 멋을 현대의 언어로 되살려온 정민 교수가 지난 10여 년간의 삶과 연구를 정리한 산문집이다. 추수 끝난 들판에서 여기저기 떨어진 볏단과 흘린 이삭을 줍듯 수십 권의 책을 펴내면서 미처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 50편을 모아 한 권으로 엮었다. 외국의 책을 읽으며 우리 선조들의 글을 떠올리고, 남의 책을 읽다가 내 책을 떠올리며 메모하는 그만의 독서법을 비롯, 연암과 다산에서 길어올린 시대 정신과 사유는 깊은 울림을 준다. 여기에는 다양한 일화로 가득하다. 잔칫집에서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나온 ‘낭환집서’의 임제의 얘기를 통해 사물을 어떻게 제대로 볼 것인가에 대한 연암의 통찰, ‘열하일기’에 숨겨진 인문정신과 금기를 뛰어넘은 연암 특유의 문체적 불온성에 대한 해설, 최고의 메모광 다산의 제자 교육법과 그만의 휴식 재충전 방법 등을 오늘에 맞게 풀어서 들려준다. 변화의 시대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인문학의 쓸모와 공부 방법에 대한 생각을 담은 ‘맥락을 찾아서’와 막 대학에 들어간 신입생들에게 전하는 따뜻하면서도 촌철살인의 메시지가 담긴 부록까지 옛 것에서 만난 깨달음을 담담하게 전한다.

▶파시즘의 서곡, 단눈치오(루시 휴스 지음, 장문석 옮김, 글항아리)=‘쾌락’‘무고한 존재’ 등 탐미주의 작가로 유명한 가브리엘레 단눈치오를 수식하는 말은 다양하다. 정치가, 여성 편력의 호색한, 전쟁광, 혼성모방자, 비행기 조종사 외에 파시즘 선동가로도 불린다. 그는 어린 병사들을 전쟁터로 내보내 목숨을 앗아간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대 사람들은 누구나 단눈치오를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그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저자는 단눈치오에 대한 조각들을 모아 입체적인 전기를 완성했다. 그런데 왜 지금 단눈치오일까. 저자는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을 정당화하는 사상이 파시즘의 서막인 단눈치오의 사상과 유사하다고 본다. 특히 1919년 단눈치오가 일련의 이탈리아군 출신 폭동자들을 이끌고 크로아티아의 피우메를 점령한 사건은 민주주의에 결정적인 상처를 입힌 건 물론 3년 후 무솔리니의 권력 장악을 간접적으로 가능케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단눈치오가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는 놀라운 통찰력에 주목,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의 문화적 유행 가운데 그가 탐구하지 않은 주제가 거의 없었음을 밝힌다. 단눈치오의 궤적을 살피는 것 만으로도 19세기 후반 유럽의 예술과 문화가 어떻게 20세기의 광포한 전쟁으로 이어지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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