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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파격의 신년사…비핵화 의지 밝혔지만 대미위협 병행
-김일성ㆍ김정일 언급 사라져 “김정은 시대 진입 과시”

-中포함 평화체제 협상 시사…南北美中 4자 대화 가능성

[사진=헤럴드경제DBㆍ노동신문 홈페이지]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남북관계 급진전과 북미대화 교착상태에서 일찍부터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가 1일 베일을 벗었다.

북한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오전 9시부터 김 위원장의 신년사 육성연설을 녹화방송했다.

▶김여정ㆍ김창선ㆍ조용원 등 측근 수행 눈길=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는 우선 형식적인 측면에서 파격적이란 평가다.

통일부는 “과거와 달리 김일성, 김정일 사진 배경으로 소파에 앉아 원고를 들고 양복 차림으로 발표하고, 김여정 당 제1부부장,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조용원 당 부부장이 수행 등장하는 등 형식에서 파격적”이라고 평가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도 “작년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은 단상에 서서 다소 딱딱하고 강한 톤으로 신년사를 낭독했다”며 “올해에는 김일성과 김정일 사진 액자가 걸려있는 서양식 화려한 서재에서 매우 차분하고 안정적인 목소리로 신년사를 낭독하는 파격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작년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아갈 준비가 돼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상징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중앙TV가 김 위원장이 신년사 발표를 위해 노동당 중앙청사로 입장하는 장면부터 중계한 것도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이 작년 신년사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위대한 수령’, ‘위대한 장군’이라고 칭한 것과 달리 올해는 선대에 대한 언급이 사라진 점도 이전과 달라진 대목이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계승의 시대를 마감하고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 진입을 과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北최고지도자 신년사, 8년만에 ‘비핵화’ 등장=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북미관계와 관련해 “6ㆍ12 조미공동성명(북미공동성명)에서 천명한대로 새 세기의 요구에 맞는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며 비핵화 의지를 재천명했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 신년사에서 ‘비핵화’ 언급은 지난 1995년과 2009년, 2010년, 2011년 등장했으며 이번은 8년 만에 등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또다시 마주앉을 준비가 돼있다며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대북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어쩔 수 없이 부득불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전략연은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 시현과 동시에 완곡한 방식의 위협적 메시지”라며 “위협적 메시지도 있으나 완곡한 표현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볼 때 강경과 온건 사이에서 김 위원장의 고민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또 “‘어쩔 수 없이 부득불’이라는 동어반복과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라는 어색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에 대해 “자신들의 단계적ㆍ동시적 추진을 명확히 하면서 미국의 상응조치를 강하게 요구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원하는 대로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양보만을 하지 않을 것이며 원칙과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본부장은 “미국 측에서 아직까지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를 위한 상응조치로 무엇을 제시할 지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북한 내부의 불만을 반영한 것”이라며 “미국이 어떤 상응조치를 취할 것인지 계속 적절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북미대화의 지루한 답보상태는 장기화되고 북한 내부에서 병진노선으로의 회귀 가능성에 대한 경고메시지가 계속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南北美中, 한반도 평화체제 4자회담 추진 주목=아울러 김 위원장이 ‘정전협정 당사자들’을 거론하며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추진해야한다고 밝힌 대목도 주목된다.

전략연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협상 추진을 제안한 것”이라며 “중국을 평화체제 협상당사자로 인정하고 향후 ‘2+2협상 구도’ 추진을 시사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남북이 주도해 미중을 평화체제협상으로 견인하자는 의미를 내포한다”며 “신중국수립 70주년과 북중 외교관계 수립 70주년 계기 양국관계 강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정 본부장은 “향후 평화체제 관련 협상에 정전협정 당사자인 중국을 포함시키겠다는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이 매우 환영할 부분”이라며 “따라서 만약 올해 북한 비핵화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게 되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남북미중의 4자회담 개최가 추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신년사는 한해 국정운영 방향과 대강의 전략ㆍ전술, 그리고 대외관계의 큰 흐름을 제시하는 사실상 교시라는 점에서 북한은 올 한해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내용 관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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