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 ‘부자들의 대통령’ 마크롱 시험대에 세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 두번째) [EPA연합뉴스]

- 3주째 이어지는 노란조끼 운동…마크롱 대통령 미래 결정
- 국민 대다수 시위대 불만 동조, 국정 지지율 추가 하락 예상
- 부유세 인하 등 마크롱 개혁 좌초 위기…유럽의회 선거 영향
- 폭력시위 주도한 극우, 극좌 단체 유럽 포퓰리즘 자극 전망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지난 1968년 이후 프랑스 파리 최악의 폭력사태로 기록되고 있는 ‘노란조끼(Gilets Jaunes)’ 시위가 ‘부자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시험대에 세웠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시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마크롱식 개혁의 좌초뿐 아니라 6개월 뒤에 있을 유럽 의회선거, 나아가 유럽 전체 포퓰리즘 확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프랑스에서 3주째 이어지고 있는 노란조끼 운동은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는 참가자들이 운전자가 사고를 대비해 의무적으로 차에 비치하는 형광 노란 조끼를 입고 나온 데서 이름 붙여졌다.

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일 프랑스 파리에서 133명의 부상자를 발생시킨 노란조끼 시위가 마크롱 대통령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노란조끼 시위대가 요구하는 것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없을 경우 과거 정권에서 나타났던 개혁 작업의 좌초가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례로 지난 2006년 프랑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는 고용 유연화를 취지의 청년 고용법을 통과시키려 했으나, 학생들의 시위에 부딪혀 폐지됐다. 또 1996년 알랭 주페 총리는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공공 부문 개혁에 나섰으나, 파업이 이어지며 개혁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사례를 감안할 때 노란조끼 시위는 부유세를 폐지하고 노동자 보호 조치를 감축하려는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을 좌초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국민 여론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이 25%까지 떨어졌으며, 노란조끼 운동에 공감하는 국민들은 점차 늘어나면서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일 여론조사기관 해리스인터랙티브가 파리 폭력사태 다음날 유권자 10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환 결과 응답자의 72%가 노란조끼 운동을 지지했다. 물론 응답자의 85%는 폭력시위에 반대했다.

또 유류세 인상으로 인한 저소득층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프랑스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 보조금 확대 등과 관련해서도 응답자의 90%가 정부의 조치들이 사안의 위중함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답했다.

노란조끼 운동은 6개월 뒤 유럽 의회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자유민주진영이 이번 사안을 거칠게 다룬다면 프랑스를 넘어 전체 유럽 대륙의 포퓰리즘에 기름을 껴얹게 될 것으로 FT는 내다봤다.

한편 이번 노란조끼 시위가 폭력사태로 이어진 데에는 평화적 시위를 거부하는 일부 극우, 극좌 세력이 시위에 참여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번주말 예정된 노란조끼 운동은 지지 여론을 감안할 때 더 많은 시위대가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내무장관에 따르면 노란조끼 운동 참가자 중 파리 거주자는 5500명을 약간 상회하고 있으며, 파리 밖에서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은 16만3000명으로 훨씬 많다. 

경찰은 지난 1일 파리의 평화 집회를 폭력으로 얼룩지게 한 이들 372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며, 이들은 시위 중에 서로 충돌하는 모습도 보였다. 일간 리베라시옹은 극우조직으로 2013년 해산된 ‘외브로 프랑세즈’의 전 우두머리 이방 베네데티가 시위 도중에 극좌파 조직원들에 의해 폭행당했다고 전했다.

FT는 마크롱 대통령이 이 같은 폭력사태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지만, 유류세 인상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저소득자를 위한 정책은 보다 세밀하게 보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부유한 사람들의 대통령만이 아니라는 확신을 주기 위해 그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pdj24@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