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본회의 상정 놓고 진통…예산안 자동부의제란

-여야 합의 없어도 심사 시한 넘기면 본회의 자동부의
-의장이 본회의 상정 후 정부 제안설명 듣고 의결

[헤럴드경제=이태형기자]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진행 중이지만 이미 그 법정시한(2일)을 넘겼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의결처리하겠다고 야당을 압박하자 이에 반발하고 있다.

문 의장이 심사가 끝나지 않은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예산안 자동부의제다.

▶예산안 시한 넘겨 위헌 비판에 2012년 국회법 개정=헌법 제54조제2항에 따라서 정부는 예산안을 회계연도 개시 90일 이전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하고,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의결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12월 2일까지 의결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 예산안 심의 및 처리 역시 법안 심의와 마찬가지로 원내교섭단체간의 협의에 의존한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다음 연도 예산안이 헌법이 정한 시한 이내에 처리된 경우는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에 처리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입법기관인 국회가 헌법을 어긴다는 비판이 제기됐고,2012년에 국회법 개정을 통해서 ‘예산안 및 세입예산안 부수법률안의 본회의 자동부의제’가 도입됐다.

2012년 5월‘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예산안은 국회 상임위 및 예결특위의 심의 경과와는 무관하게 12월 1일이 되면 본회의에 자동부의되도록 바뀌었다.

국회법 제85조의3에 따르면 위원회는 예산안과 세입예산안 부수법률안의 심사를 매년 11월 30일까지 마쳐야 한다. 위원회가 이때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그 다음 날(12월 1일)에 위원회 심사를 마치고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 예산안 자동부의제의 핵심내용이다. 단,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문제는 예산안 자동부의제가 시행된 이후로도 국회가 법정 기한을 준수한 것은 2015년도 예산안을 심사한 2014년도 한 해 밖에 없다. 그러나 예산안 의결의 지연된 정도는 과거에 비해서 현저하게 단축된 것이 사실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 정치의회팀의 전진영 입법조사관은 “2000년 이후로 예산안 자동부의제가 시행되기 이전인 2012년까지 예산안이 법정 기한 내에 처리된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하고, 12월 말이 되어서야 예산안이 처리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것과 비교하면 예산안 처리지연의 관행은 상당부분 개선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의회심사 기한내 의결 못하면 정부 집행 가능=예산안(예산법)에 대한 의회의 심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시한을 규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프랑스가 꼽힌다.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은 의회의 재정통제권을 현저하게 약화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프랑스는 예산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예산안은 법률안의 형태로 국회에 제출된다. 예산법률의 심의 및 표결과 관련해서는 ‘국가재정에 관한 조직법률’(LOLF) 제4편(제37조-제47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예산법안은 회계연도 이전 해의 10월 첫째 주 화요일까지 제출돼야 하며, 하원은 예산법안이 제출된 이후 40일 이내에 제1차 독회를 실시해야 한다.

상원은 예산법안의 제출 이후 20일 이내에 제1차 독회를 실시해야 한다. 하원이 40일 이내에 제1차 독회를 통해 예산 법안에 대한 표결을 하지 않으면 정부는 이를 상원에 부의하고, 상원은 이를 15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의회가 70일 이내에 예산법안을 의결하지 않으면 재정법률안은 정부의 법률명령(ordonnance)에 의해 시행될 수 있다(헌법 제47조).

전 조사관은 “이처럼 예산법안에 대한 의회심사를 국회제출 이후 70일 이내에 마치도록 제한하고, 국회가 이를 의결하지 못할 경우에는 정부의 법률명령으로 집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프랑스 의회의 예산심사권은 우리나라 국회보다도 훨씬 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시한 준수, 정부에 대한 국회의 통제기능 모두 중요=국회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예산안 심사기한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국회에서 예산안 심사가 내실있게 이뤄져 정부에 대한 국회의 재정통제 기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회가 예산안 의결기한은 지킨다 하더라도 시간적 압박 속에서 이전보다 부실해진다면 예산안 자동부의제의 도입 취지가 제대로 구현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전 조사관은 “원내교섭단체간 협의에 기반한 국회운영의 원리와 예산안 심사를 다른 쟁점법안의 처리와 연계시키는 관행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전반적인 의사운영 등 국회의 의사결정 자체가 원내교섭단체간 협의를 통해서 이뤄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문제지만, 반복되고 있는 예산안 처리 지연이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불신에 일조하고 있 슴을 고려한다면 법정 기한의 준수는 국회에 대한 신뢰회복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디

th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