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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멕시코 캐러밴 ‘폭탄 돌리기’…이민행렬은 국경 시위
트럼프 “입국허용까지 멕시코에”
멕시코 “미와 어떤 합의도 없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노숙 중인 중미 출신 캐러밴(이민행렬)이 무력시위를 벌이다 미 당국이 터뜨린 최루가스에 저지당했다. 미국과 멕시코 정부는 이들의 수용을 두고 ‘폭탄 돌리기’를 이어가는 등 이민문제를 둘러싼 혼란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접한 멕시코 국경 도시 티후아나에 몰려든 중미 출신 이민자 500여명은 이날 미국 샌디에이고 국경을 향해 평화적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미국·온두라스 국기를 들고 행진하며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 국제 노동자”라고 외쳤다.

일부 이민자 남성들이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있는 콘크리트 수로를 가로질러 국경을 넘으려고 시도하자 미 요원들이 최루가스를 쏘며 저지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거나 기침을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시위가 거세지자 미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이날 샌디에이고-티후아나 국경에 있는 산 이시드로 검문소에서 양방향에 걸쳐 교통과 보행자의 통행을 전면 금지했다. BBC는 “이달 초 수천명의 이민자가 멕시코에 발을 들인 이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에서 폭력·가난을 피해 망명길에 오른 5000여명의 이민자들은 현재 멕시코 티후아나의 스포츠 단지와 주변에서 노숙하고 있다. 대다수가 미국 망명신청을 희망하지만, 미 국경검문소는 하루 100건 미만의 망명신청만 허용하고 있어 기약 없는 대기 상태다.

인구 160만명이 거주하는 티후아나에서도 혼란이 커지고 있다. 후안 마누엘 가스틀룸 티후아나 시장은 지난 23일 중미 이민자 5000여명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며 인도주의적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멕시코 정부는 이들의 수용을 둘러싼 폭탄 돌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올가 산체스 코르데로 멕시코 내무부 장관 내정자의 말 등을 인용,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에 가려는 중미 이민자들을 미국의 심사 기간 중 멕시코에서 대기하도록 하는 방안이 양국 정부 간에 합의됐다고 보도했다. 망명 승인이 떨어질 때까지 최장 몇 년간 미국 땅에 발을 못 들이게 하는 방안이다. 이는 캐러밴 경로의 엄청난 장애가 될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날 트위터에서 “남쪽 국경의 이민자들은 법정에서 그들의 주장이 개별적으로 승인될 때까지 미국 입국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모두 멕시코에 머물 것”이라고 확인했다.

멕시코는 이에 대해 공식 부인하고 나섰다. 코르데로 내무부 장관 내정자는 성명을 내고 “멕시코 차기 정부와 미국 사이에는 어떤 종류의 합의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중미 이민자 혹은 다른 나라 사람들을 위한 ‘안전한 제3국’ 역할을 맡을 계획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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