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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씨 9/11’ 마이클 무어, 다큐 ‘화씨 11/9’서 트럼프 저격
- 트럼프 대선 출마, 민주당 지지층 이탈 등 조명

[헤럴드경제]2004년 ‘화씨 9/11’를 통해 9ㆍ11테러 당시 조지 부시 행정부의 무능을 비판한 마이클 무어 감독이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 전선을 옮겼다.

그의 신작 ‘화씨 11/9:트럼프의 시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2016년 11월 9일을 뜻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정확히 예측했던 무어 감독은 트럼프 시대가 올 수밖에 없었던 사회 곳곳의 징후를 짚어낸다.


그는 트럼프 시대의 발단으로 미국의 팝스타 그웬 스테파니를 지목한다.

트럼프는 NBC가 지불한 그웬 스테파니의 ‘더 보이스’ 출연료가 자신의 ‘어프렌티스’ 출연료보다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장난삼아 대선 출사표를 던진다. 돈을 주고 엑스트라까지 동원해 지지자들인 것처럼 행세하도록 했다. NBC에 자신의 인기가 그웬 스테파니보다 높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일종의 쇼였다.

그러나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진 언론이 여기에 장단을 맞추면서 쇼는 현실이 됐다. 언론들은 트럼프를 조롱하면서도 마치 서커스처럼 시청률 호재로 여겼고, 그를 앞다퉈 보도했다.

무어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탈 징후가 이미 곳곳에 있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의 고향에서 벌어진 ‘플린트 워터 사태’를 주목한다.

미국 미시간주 플린트 시는 휴런호 물을 끌어쓰는 디트로이트가 상수원이다. 그러나 주 정부가 느닷없이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만든다며 2014년 4월부터 공업용수로 쓰던 플린트 강물을 취수원으로 바꿨다. 얼마 뒤 수도관에선 납 성분이 포함된 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도 주 정부는 안전하다며 문제를 은폐하기에 급급했고, 결국 3000명의 어린이가 납중독 또는 중금속 오염에 의한 질병을 앓았다.

식수로 인해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주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것은 오바마였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오바마는 사태가 악화하자 플린트 시를 방문한다. 주민들은 진정한 위로와 재난지역 선포를 원했지만, 오바마의 행동은 기대와 전혀 달랐다.

주민들을 상대로 단상 위에서 연설하던 오바마는 물을 한잔 가져다 달라고 하더니, 마시는 척만 한 뒤 내려놓는다. 이 모습을 본 주민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고통받고 있는 자신들의 현실을 축소하고, 한편의 정치쇼로 만들어 버린 데 대한 실망감을 키웠다.

무어 감독은 이외에도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웨스트버지니아주 55개 군에서 모두 승리한 버니 샌더스 후보가 있었지만, 힐러리 클린턴이 결국 민주당 후보로 선정되자 많은 지지자가 이탈했다고 분석한다.

무어 감독은 트럼프에 대해선 더 강한 독설을 퍼붓는다.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 관한 자료 영상과 트럼프 영상을 교차 편집해 보여주며 유사한 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무어 감독은 “우리가 각성하려면 도널드 트럼프라는 극약처방이 필요했던 건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극약처방을 받았으니, 체념할 게 아니라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서로 연대해 맞서 싸워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자신의 논리에 맞춰 팩트들을 끼워 맞춘 경향이 있지만, 미국 사회 이면과 대의 민주주의 문제점 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작품은 미국의 중간 선거를 겨냥해 지난 9월 북미에서 개봉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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