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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쟁점분석] 평양선언 비준 논란…청와대 vs 자유한국당

- 靑 ‘北, 국가 아냐’ 쟁점 제기… 자유한국당 “자기 모순”
- 靑, 판문점 선언은 ‘재정부담’ 때문에 국회에 동의안 제출
- 자유한국당, 야당 뜻 모아 헌재 재판 청구… 법리 다툼 치열 전망

[헤럴드경제=홍석희ㆍ박병국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9월 평양공동선언’과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비준하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청와대는 ‘평양 선언’은 중대한 재정적 부담이 없는 사안이기에 국회 동의 절차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문 대통령의 평양선언 비준이 ‘위헌적 발상’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키로 했다. 


▶북한은 국가인가?= 북한이 국가냐 아니냐는 쟁점은 청와대가 던진 쟁점이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25일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북한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법적인 측면은 단순하지 않고 다양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헌법이나 국가보안법에서는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보지 않는다”며 “그에 반해 유엔이라든지 국제법적인 차원에서는 또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 국가가 아닌 상대와 합의·약속한 것은 조약이 아니다. 조약이 아닌 것은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없다고 김 대변인 본인이 강조했던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른 설명이다.

북한이 국가일 경우 남한과 북한 정상이 합의한 ‘평양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는 국가간 체결된 조약에 해당하고, 조약은 곧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치 않을 경우 남한과 북한이 맺은 ‘합의서’는 국가간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동의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청와대가 북한을 국가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지난 2006년 제정·공포된 ‘남북관계발전에관한법률(남북관계발전법)’에 근거한다. 이 법 3조(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국가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청와대가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는 주장의 근거로 원용되고 있다.

북한이 국가가 아닌 또하나의 근거는 헌법이다.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반도 휴전선의 북단에 위치한 북한은 대한민국 헌법상으로는 국가가 될 수 없다.

이에 비해 자유한국당은 북한을 사실상의 국가로 인정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평양선언’ 비준과 관련해 청와대가 돌연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란 주장을 내놓은 것은 성립치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5일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교과서에서도 우리가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란 부분을 삭제했는데, 이제 와서 북한은 국가가 아니라고 하는 건 자기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냐 하지 않느냐는 논쟁은 ‘위헌성 시비’로 이어진다. 청와대는 북한이 국가가 아니므로 북한과 합의와 약속은 조약이 아니고 조약이 아니므로 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위헌적 발상’이란 주장 자체가 ‘위헌적’이라 역공한다.

자유한국당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동시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국가 여부를 판단할 주체는 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판문점 선언’은 왜 국회 비준 신청?= 남는 질문은 판문점 선언에 대해서 청와대는 왜 국회에 비준 동의안을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느냐로 쏠린다.

청와대는 지난 9월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판문점 선언에 대한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동의안은 국회에 제출됐고 현재 국회에 계류 돼 있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은 이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다른 ‘남북합의서’인 ‘판문점선언’은 왜 국회동의를 요청했냐고? ‘판문점선언’은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3항의 ‘중대한 재정적 부담’이 수반될 것이라고 판단하여, 동법에 따라 국회동의를 요청한 것”이라며 “야당이 ‘판문점선언’에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권한행사라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동법에 따라 ‘평양선언’을 비준하는 것을 막을 권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입법 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발전법 21조 3항은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ㆍ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요약하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두가지 사항은 ‘중대한 재정적 부담’ 또는 ‘입법 사항’일 때인데 이 가운데 청와대의 설명은 ‘중대한 재정적 부담’이 없다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대신 ‘입법 사항’ 여부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평양선언은 신사협정?= 청와대가 평양선언과 군사분야합의서를 국무회의 의결·비준 사안으로 국한하면서 평양선언의 성격이 법률 구속력을 갖추기 보다는 신사협정 수준으로 격하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법원과 헌재는 지난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를 일종의 ‘신사협정 성격’이라 규정하고, 법적 구속역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국가간 조약으로 볼 수 없다고 각각 판시한 바 있다. 이는 국회 동의 절차를 밟고 있는 판문점 선언과 평양선언이 다른 절차를 밟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두 ‘선언’의 성격이 달라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편 한국당은 전날 공언한 대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낼 예정이다. 다만 다른 보수당들과 함께 낼 예정이어서 25일 오전까지 청구서를 헌재에 제출치는 않았다. 최교일 의원실은 효력정지 신청은 조만간 내겠다고 밝혀둔 상태다.

헌법 전문가들의 헌재 판단 전망은 엇갈린다. 한 헌법학자는 “현재 청와대의 인식대로라면 국회는 어떤 군사적 양보에도 관여키 어렵게 돼 있다. 안보에 관한 사항은 ‘입법 사항’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국회 논의에 시일이 걸리겠지만 국무회의만을 통과한 평양선언의 경우엔단순 신사협정이 돼버린다. 이럴 경우 법적 구속력을 갖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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