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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속도조절…‘제재완화’ 몸달은 北
북미간 팽팽한 힘겨루기 양상
美 “2차정상회담 내년초에”여유
트럼프도 “서두르지마라”느긋

종전선언·남북경협 재개 차질
北 ‘미국의 진짜 얼굴 거론’ 비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시기를 앞두고 북미간 팽팽한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이 사실상 협상장기화를 선언하면서 북한은 6ㆍ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이례적으로 미국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비난논평을 내놨다. 북미 양측 모두 대화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판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안전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네바다주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현장에서 북한과의 협상에 대해 “서두르지 말라”(Take your time)고 말했다. 이는 지난 16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속도 조절론’을 재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관리도 블룸버그 통신과 로이터통신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내년 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북미회담 개최가 늦어지면 당초 남북 정상이 연내 추진하고자 했던 종전선언과 북한이 2020년 달성을 목표로 한 경제개발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앞서 남북 정상은 지난 4월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선언을 통해 연내 남북미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남북경협 사업을 최대한 조속히 재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북한은 올 들어 ‘5월1일경기장’과 ‘금강산국제여행사’ 등 9건의 국제특허 및 상표를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등록했다. 대북제재가 완화될 경우 관광사업을 경제개발의 주요 동력으로 삼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늦춰진다면 북한의 경제구상도 늦춰질 수 있고,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치적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은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전원회의를 통해 밝힌 ‘새로운 전략적 노선’의 명분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속도조절론에 북한은 조바심과 함께 현 ‘대화기조’에 대한 불안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0일 ‘민심의 분노를 똑바로 보아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얼마 전 5·24조치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남조선 외교부장관의 발언이 전해진 그날로 기자회견을 연 미국 대통령은 ‘우리의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남조선당국을 노골적으로 압박해 나섰다”고 비판했다. 6ㆍ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개인논평에서 ‘미국 대통령’을 직접 비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같은날 논평에서 “도대체 웃는 얼굴과 퉁명한 얼굴 중 어느 것이 미국의 진짜 얼굴인가”라며 북한과 대화를 지속하면서도 제재를 풀지 않는 미국의 ‘양면전략’을 집중비난했다.

북미 양측은 일단 대화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한미 외교소식통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협상 기조를 유지해나간다는 정부의 구상을 지속해나가고 있지만, 협상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대화테이블에 일어선다면 협상은 언제든 퇴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살얼음판 위의 대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조선중앙통신은 “우리는 미국의 11월 의회중간선거를 앞둔 백악관의 ‘딱한 사정’과 ‘난처한 입장’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며 “미국이 평양에 왔을 때 한 말과 워싱톤에 돌아갔을 때 한 말이 다르고 속에 품은 생각과 겉에 드러내는 말이 다르다면 지금껏 힘겹게 쌓아온 호상신뢰의 탑은 닭알쌓기처럼 맹랑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상응조치를 재차 촉구하는 한편, 현 대화기조에 대한 불안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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