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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빈도 단타매매’ 자유로운 韓…미국은 어떻게 규제하나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관련 미국 CNBC 보도화면 갈무리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해외 헤지펀드들이 알고리즘을 활용해 실행하는 ‘고빈도 단타매매’가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규제하기 위한 세부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학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가 시세조종 메릴린치 증권사 제재 요청’이라는 제목의 게시글 등,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대형 증권사 창구를 통해 고빈도 단타매매에 나서고 것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한 청원 글 작성자는 “메릴린치 초단타로 발생하는 투자자의 막대한 피해에 대해 정부와 금융감독기관은 왜 침묵하느냐”며 “외국계 증권사인 메릴린치가 매수 주체로 나타난 점을 호재로 인식해 추격 매수에 나섰다가 메릴린치가 팔고 나가 주가가 하락하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일반 투자자의 몫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빈도 거래란 알고리즘 트레이딩의 한 종류로, 수익마진이 매우 작은 거래를 대량으로 빠르게 실행해 수익을 창출하는 매매 방식을 일컫는다. 매우 빠르고 정교화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 주문을 생성ㆍ전송ㆍ체결하는데, 극도로 짧은 시간 내에 포지션을 구축하고 또 청산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주문과 취소가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학계에서도 주식시장의 고빈도 거래에 대한 세부적인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혜진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주요국 고빈도 주식거래 규제현황’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개인투자자의 거래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전문투자자 창구를 통한 주식 고빈도 거래가 관찰되면서 이에 대한 규제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직접적인 규제는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나, 향후 세부적인 제도 도입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고빈도거래에 대한 규제가 이미 지난 2010년부터 마련돼 있다. 2010년 5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0여분만에 1000포인트(약 9%) 가까이 폭락했다가 재반등한 이른바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특별한 악재도 없이 지수가 급락한 것은 알고리즘 매매에 의한 매물 집중 때문이었는데, 급락 이후 낙폭을 350포인트 정도로 빠르게 줄인 것 역시 알고리즘 매매에 의해서였다.



플래시 크래시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고빈도거래와 시장에 접속하는 브로커ㆍ딜러들에 대한 리스크통제를 강화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큰 폭의 가격 변동이 있을 경우, 시장 전체에 대해 적용됐던 서킷브레이크를 개별 종목에 대해서도 적용토록 했고, 현 시세를 일정 범위 이상 벗어난 ‘명백히 잘못된 거래’를 취소하기 위한 근거도 마련했다. 대규모 거래자에게 고유번호를 부여해 거래를 추적할수 있도록 한 것도 이때부터다. 고빈도거래 브로커ㆍ딜러들이 자율규제기관(FINRA, Financial Industry Regulatory Authority)에 등록할 것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독일도 유럽연합(EU) 중 가장 먼저 고빈도거래법을 제정한 국가로서 참고사례로 꼽힌다. 독일 고빈도거래법은 고빈도거래를 ‘1초 이내 시장가격의 변동을 감지할 수 있고, 설정된 체계에 따라 자동적으로 투자결정을 내리는 프로그램을 이용한 거래’로 정의하고 있다. 고빈도거래자는 독일 연방금융감독원의 허가를 받고 최초 자본금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적절한 관리감독기구를 지명해야 한다. 또 금융감독당국은 알고리즘에 관련한 세부사항들을 요구할 수 있으며, 알고리즘 전략이 금융시스템상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 전략을 금지할 권한도 갖고 있다. 일정 기준 이상의 과도한 주문을 제시한 알고리즘 거래자들에게 추가적인 수수료를 부과할 근거도 마련돼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고빈도거래에 대한 직접적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2010년 5월 한국거래소가 알고리즘 거래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지만, 시장교란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들에 대한 검열을 자율적으로 수행토록 했을 뿐이다. 이혜진 연구원은 “2014년 12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목적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자동주문거래를 불법거래로 간주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불공정행위를 증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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