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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디자인포럼2018] “시장바닥에서 본 의자가 내 진짜 사부”…최정화의 작품은 살아있는 민화다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 2018’에서 강연하고 있는 최정화 작가.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 플라스틱 바구니ㆍ냄비ㆍ빗자루로 이뤄진 ‘최정화의 꽃’ 소개
- “작가는 매개자…관객과 예술 이어주는 사람”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지금부터 제 사부님을 소개하고 제가 베끼고 있는 세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최정화(58) 작가는 투박한 ‘뻥’자(字)가 쓰여 있는 거리의 뻥튀기 트럭 사진을 보여주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1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 2018’에서다.

“‘뻥’이란 글자는 서예이기도 하면서 민화이기도 하죠. 저는 저 글자를 쓴 사람이 감히 추사 김정희의 후예라고 생각해요. 쌀과자를 튀기는 ‘뻥’이기도, 하수구를 뚫는 ‘뻥’도 되고, 생활을 ‘뻥’ 뚫어주는 것이 우리의 살아있는 문화이고 현대 기술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 작가는 디자이너 출신의 설치미술가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플라스틱 소쿠리나 냄비, 빗자루, 풍선 등으로 예술적 의미를 지닌 작품을 설치해 왔다. 홍익대에서 회화를 전공했지만 인테리어, 디자인, 건축설계부터 여러 영화와 평창 동계 패럴림픽 등에서 미술감독으로서도 활동했다. 때문에 그의 직업은 ‘최정화’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에게는 시장바닥에서 발견하는 의자 하나, 수레 하나가 모두 ‘사부님’이고 작품의 영감이 된다.

강연에서 그는 각각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찍은 두 개의 의자 사진을 보여주며 그를 지금의 ‘최정화’로 이끈 ‘진짜 사부’들이라고 소개했다.

다리가 없는 플라스틱 의자와 등받이가 없는 나무 의자를 노끈으로 묶어 사용하던 의자, 플라스틱 의자에 스티로폼을 깔아 따듯하게 앉을 수 있도록 개조한 의자들이었다.

그는 “이 두 의자를 본 것은 저를 뒤집어놓은 사건”이라며 “당시 중앙미술대전에서 두 번이나 상을 받고 화가가 될 뻔했던 때인데 잘 그리던 그림을 때려치우고 ‘이 의자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쉽고 직관적인 말로 이어진 최 작가의 강연에는 생동감과 예술적ㆍ지적 자극이 넘쳐났다. 그는 보잘것없는 재료들이 예술적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탄생하는 극적 변화를 “닭이 위계질서를 정하는 행동을 통해 설명하면 쉽다”며 풀어나갔다.

닭 A는 B를, B는 C를, C는 D를 쫓지만 D는 다시 A를 쫓게 된다며 “깨끗한 것은 더러우며 더러운 것은 깨끗하다. 최상위와 최하위는 하나라는 것이 예술의 근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최 작가는 또 주민들과 협업하는 형태로 여러 번 진행된 ‘모이자 모으자’ 프로젝트도 소개했다. 주민들로부터 집에서 쓸모없어진 도구들을 모으고 함께 작품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작업이다.

“플라스틱 쌓는 데 선수들인 동네 아줌마들”과 “놀면서 술 마시면서 한 작업”은 누구의 것도 아닌 작품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공공미술 모두가 ‘민화’가 된다고도 강조했다.

강연 후 청중들의 질문이 쏟아지는 등 반응도 뜨거웠다. 한 참가자가 대중과의 협업에서 최 작가의 역할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작가는 장소 또는 앞으로 생길 물건과 만나는 사람이자 근본적으로는 관객에게 ‘해피 해피’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자”라고 말했다.

최 작가는 지난 5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MMCA 현대차 시리즈 2018 : 최정화 - 꽃, 숲’ 전시에 대해서도 예고했다.

“앞마당에 있는 작품 ‘민들레’에 대한 반응이 좋은데요. 저는 항상 바깥에 있는 예술은 미끼요 삐끼라고 생각해요. 이번 전시에는 설명서도 없기 때문에 내부 전시공간에 들어와서 보시면 각자 느끼는 것이 다를 겁니다. 제가 작품을 만들고 나면 더이상 작가 것이 아니니까요.”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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