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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위기로 찾아온 ‘구조개혁’ 기회 허비…사회 양극화 ‘부메랑’
외환위기 극복으로 ‘예방주사’
외환·경상수지 상대적 안정세
산업·사회 낡은 시스템 방치

금융 자금중개기능 급속 퇴화
불어난 유동성 부동산에 쏠려
자산가격 급등 노동가치 추락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이라고 생각한다”

신규 취업자 수가 전월보다 겨우 3000명 늘었다는 충격적인 ‘8월 고용동향’이 발표되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한 말이다. ‘고용쇼크’라고 불릴 정도로 최악인 최근 고용 상황이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게 김 대변인의 설명이다.

빠른 저출산과 고령화, 일부 산업의 구조조정 실패 및 그로 말미암은 고용쇼크 등 우리 경제ㆍ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는 20여년 전인 외환위기 때 시작됐다. 시장의 문제를 개인 간 경쟁 강화를 통해 해결하다 보니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만족도는 점차 떨어졌다. 이에 출산율은 급격히 저하됐고, 고령화는 예상보다 빨리 닥쳤다.

지난 10년간 차곡차곡 쌓였던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기회는 있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2008년 리먼브라더스 부도로 촉발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는 우리 경제의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적기’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기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는 너무 관대했다. 외환위기라는 거대한 시련을 미리 겪은 덕에 은행들의 외화차입을 까다롭게 제한했고, 그 결과 저금리로 넘쳐나던 글로벌 자금이 국내 시장까지 점령하지 못했었다. 들어온 외국인 투자금이 적다 보니 썰물처럼 나갈 돈도 없었다.

특히 2008년에는 조선업이 어느 때보다 긴 ‘장기호황’을 맞아 자동차산업과 함께 우리 경제의 양대 버팀목이 되어줬다. 굳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들여오지 않아도 달러가 원활하게 공급됐었다. 덕분에 누구보다 금융위기를 빨리 극복했다는 ‘자축’과 함께 10년간 적체됐던 경제ㆍ사회적인 문제들은 등안시됐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무너졌고, 주요 20개국(G20)이 모여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사실 국내에서 변한 건 거의 없다”라며 “그동안 해결해야 했지만 무시했던 문제들, 즉 저출산 고령화와 제조업의 산업구조 고도화문제, 자영업의 과잉팽창 등은 그대로 방치됐다”라고 말했다.

구조적인 문제들은 금융위기 이후 5~6년이 지나 스멀스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제때 구조조정을 하지 못한 조선과 자동차는 뒤늦은 구조조정 여파에 어느 때보다 긴 불황을 맞고 있다. 규제를 풀어도, 추경을 매년 집행해도 경제의 활력은 되살아나지 않았다. 특히 박근혜 정부 때는 문제를 정면으로 들여다보기보다 단기적으로 경기를 띄우는 부동산시장 활성화 정책을 단행했다. 이는 은행들의 안전선호 경향과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 맞물리면서 가계대출을 급격히 확대시켰다. 2014년 초 1022조원이었던 가계신용은 4년여 만에 올 2분기 1493조원까지 늘어났다. 시중 자금이 기업의 실물적인 활동을 지원하기보다 비생산적인 부동산 투기에 몰린 것이다.

김용기 아주대 교수는 “기업이 외부 자본 지원 없이 자기자본을 통해 투자와 고용을 하는 경제는 굉장히 안정적이고 축소지향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라며 “최근 고용 부진의 원인도 금융위기 이후 외부 차입을 하지 않은 기업이 고용을 늘리지 않은 기간이 지속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소득 증가보다 자산가격이 더 빠른 속도로 오르며 노동의 가치가 바닥에 떨어졌다. 2014년 이후 3년간 가계소득은 연평균 1.87% 늘었지만, 서울지역 부동산매매지수는 2.65% 올랐다. 나 자신보다 내 아파트가 더 큰 부가가치를 이룬 셈이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처럼 자산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계층간 ‘양극화’도 더 심화시켰다. 금융위기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였던 지니계수는 3년새 0.341에서 0.353으로 0.012포인트나 올랐다. 지니계수는 소득분배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1에 가까워질수록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은 취업이 어려운데다 회사에 들어가 월급을 성실히 모아도 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결혼을 뒤로 미루게 된다”라며 “주택문제가 다시 저출산에 영향을 미치면서 악순환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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