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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칠어진 코끼리 피부…아토피 피부염, 시원해지는 날씨가 두려워
14일 올 첫 제정 ‘세계 아토피 피부염 날’
가려움·발진·부스럼 등 원인 복합적
20대 환자 가장 많아…환절기 더 심해
어릴때 발병 성인까지…꾸준한 관리 최선

목욕은 10~15분만…피부자극 최소화
병변·범위·중등도 따라 치료 ‘효과’


직장인 최모(32) 씨는 아토피 피부염으로 밤낮 없이 찾아오는 극심한 가려움증 때문에 잠을 설칠 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집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해 무릎ㆍ팔 안쪽을 긁다가 피가 나기 일쑤였다. 최 씨는 직장을 그만둬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아직 미혼인 최 씨는 코끼리 피부처럼 거뭇거뭇하며 거칠어진 피부 탓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두려워하고 있다.

매년 9월 14일은 ‘세계 아토피 피부염의 날’이다. 아토피 피부염의 신체적ㆍ정신적 고통과 질병 부담에 대해 널리 알리고자 국제 피부 질환 환자 단체인 유럽알러지및기도질환환자연맹(EFA)ㆍ글로벌 스킨(Global Skin)이 올해 처음 제정했다.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가벼운 피부병이라고 여기는 통념이다. 아토피 피부염은 과도하게 활성화된 면역체계의 기능 이상으로 인해 피부 기저에 염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만성 전신 면역 질환이다. 얼굴, 목, 사지의 접히는 곳 등 여러 부위에 가려움증, 발진, 건조증, 부스럼 등을 야기한다. 유전, 환경 등이 복합적 원인으로 작용해 생기는 병이다. 어릴 때 발병해 성인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 빠른 치료가 최선이다.

최근 아침저녁으로 한층 선선해지면서 많은 사람이 가을을 기다리고 있지만, 시원해지는 날씨가 두려운 사람이 바로 아토피 피부염 환자다. 건조해지는 가을에 병이 악화되기 쉽기 때문이다. 안규중 건국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고온다습한 여름이 갑자기 가을이 되면서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이 아토피 피부염이 심해지는 이유”라며 “환자는 여름철에 소홀히 했던 보습제 사용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릴 때 생긴 아토피 피부염, 성인까지 갈 수도=어릴 때 발생한 아토피 피부염이 사춘기 이후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40~60%에 달하고, 성인이 돼 병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성인 환자 중 절반은 20~30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아토피 피부염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대가 가장 많았고, 30대가 그 다음이었다.

증상이 심각한 중증 성인 환자는 극심한 가려움증과 이로 인한 수면장애, 불안, 우울증 등으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18세 이상 직장인ㆍ학생 아토피 피부염 환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증상으로 인해 결근하거나 결석하는 비율이 일반인(3.8%)에 비해 3배가량(11.7%) 많았다. 회사나 학교에 가더라도 정상적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비율도 일반인(14.2%)보다 약 2배(24.8%) 많았다.

이는 생산성의 손실로 이어진다. 경기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노동 연령층으로 간주되는 15~69세에서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액은 약 200억4000만원, 그 중 20~30대에서 발생하는 손실액 총계는 절반 가까운 약 98억4000만원이었다.

아토피 피부염은 외모에 대한 자신감, 파트너와 관계 형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성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미혼율은 아토피 피부염이 없는 사람에 비해 두 배 가량 높다.

박영립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장(순천향대 부천병원 피부과 교수)은 “성인 환자 중에는 오래 아토피 피부염을 앓으며 증상이 심각한 중증 환자가 많다”며 “한창 사회생활을 활발히 해야 할 젊은 성인 중증 환자가 아토피 피부염으로 학업, 직장생활 등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으로도 큰 손해”라며 “이번에 ‘세계 아토피 피부염의 날’ 제정을 계기로 질환에 대한 심각성이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보습제보다 병원에서 처방받는 치료제 더 ‘효과’=아토피 피부염은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치료가 쉽지 않다.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관리는 철저한 보습이다. 보호 장벽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피부를 건조하지 않고 부드럽게 유지시켜 줘야 한다. 평소 목욕 시간도 10~15분으로 짧게 하고, 자극제 사용을 줄여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목욕 후 3분 이내에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 좋다.

박 회장은 “보습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의 기본 요건일 뿐”이라며 “아토피 피부염이 의심되면 병원을 방문해 진단을 받고 병변, 범위, 중등도에 따라 적절한 치료제를 사용해 악화나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간 경증 환자에게는 국소 스테로이드제, 항히스타민제, 국소 칼시뉴린 저해제 등을 사용하고, 중등도~중증 환자에게 한시적으로 사이클로스포린 같은 전신 면역 억제제나 코르티코스테로이드 같은 경구용 스테로이드제를 주로 써 왔다.

박 회장은 “최근에는 중등도~중증 환자에게도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좋아 장기간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생물학적 제제가 새로 출시됐다”며 “생물학적 제제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선택적으로 아토피 피부염의 병인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토피 피부염은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라며 “여러 연구를 통해 아토피 피부염의 병인 기전이 점차 밝혀지고 그에 따라 새로운 치료법도 나오고 있는 만큼 환자들도 희망을 갖고 치료받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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