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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년 한국 ’빙의‘ 꿈꿨지만…‘졌잘싸’ 러시아의 퇴장
▶“괜찮아. 참 잘했어.” 러시아 승부차기 패배직후 코칭스태프가 선수를 다독이고 있다. [연합뉴스]
▶8강전 승부차기 패배후 실의에 잠긴 러시아선수들 [연합뉴스]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 한국-스페인전 승부차기에서 이운재가 보여준 선방

한국 첫키커 베테랑 황선홍 자신감 심는 첫골
러시아는 스물넷 스몰로프, 작아진 가슴 실축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2002년 6월25일 저녁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에서 한국은 전반에 약간 밀린 경기를 했지만, 후반에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인다.

스페인 호아킨의 공격을 온몸으로 차단하고, 66분 박지성 등의 3연속 슛과 90분 이천수의 결정적인 슈팅이 스페인 골키퍼의 수퍼세이브에 막히면서 0-0으로 경기를 끝낸다.

그리고 승부차기. 첫 키커 황선홍 등 양팀 세 선수가 모두 성공시키면서 3-3.

네번째 키커는 이날 양팀의 공격을 주도한 안정환과 호아킨이었다. 안정환은 골대 오른편 강슛으로 가볍게 성공시켰지만 호아킨은 같은 방향으로 강슛을 날렸다가 이운재의 선방에 막혔다. 한국의 다섯번째 키커가 골을 성공시키면서 홈팀 한국은 5-3 승리를 거두며 4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주어진 다섯골을 모두 넣었다.

2018년 7월7일밤 러시아 월드컵 홈팀 러시아도 8강전을 맞았다. 러시아는 크로아티아를 맞아 ‘2002년의 한국’으로 빙의되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러시아와 크로아티아는 한골을 먹으면 8~14분만에 만회골을 넣는 ‘즉각 대응’으로 장군 멍군 했다.

전반 31분 러시아 데니스 체리셰프가 페널티 아크 바로 바깥쪽에서 수비수를 앞에두고 벼락같은 중거리슛을 성공시켰다. 먼거리였지만 시야를 가린 골키퍼는 쳐다보기만 했다. 크로아티아는 실점한지 8분만에 마리오 만주키치가 왼쪽에서 돌파하다 정면에 있던 안드레이 크라마리치에게 정확한 크로스를 올려줬고 크라마리치는 헤딩으로 방향을 바꿔 동점에 성공했다.

연장 전반 11분 크로아티아가 코너킥 상황에서 도마고이 비다가 루카 모드리치의 패스를 받아 역전골을 넣자, 연장 후반 10분 러시아 마리우 페르난지스가 프리킥을 머리로 받아넣어 극적인 동점에 성공한다.

러시아가 2002년 한국의 옷을 입는 듯 했다. 이젠 승부차기.

러시아는 첫 키커인 표도르 스몰로프와 세 번째 키커인 마리우 페르난지스가 실축했고, 크로아티아는 두 번째 키커 마테오 코바치치가 실축하면서 마지막 키커를 남겨놓은 채 3-3 동점이 됐다. 크로아티아의 이반 라키티치는 마음을 가다듬은 뒤 회심의 슈팅을 날려 조국 크로아티아를 20년만에 4강에 올렸다.

2002년 당시 한국은 거함 스페인과 비겼으니 한점 부끄럼 없다는 심정으로 부담없이 승부차기에 임한데 비해, 이날 러시아 선수들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당시 한국은 믿음직스런 고참, 황선홍이 깔끔하게 첫 골을 터뜨려 동생들에게 자신감을 안겼지만, 러시아의 첫 키커는 스물네살의 스몰로프로 작아지고 위축된 가슴을 이겨내지 못했다.

본선 진출 32개국 중 가장 낮은 피파랭킹 70위, 홈팀 러시아의 돌풍은 8강에서 막을 내렸다. 16강전에서 거함 스페인을 승부차기 끝에 꺾을 때 16년전 한국을 빙의하는 듯 했지만, 결국 긴장감을 해소하지 못한채 꼴지의 반란 드라마를 마감해야 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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