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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대마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
[헤럴드경제 TAPAS=구민정 기자]‘도대체 마약을 어떻게 약으로 쓴다는 걸까?’

‘의료용 대마’라는 표현을 보고 떠오른 첫 생각이었다. 대마는 마약이고, 마약은 사회악이다. 이미 많은 연예인들이 대마를 피우다 걸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고 재판에 넘겨져 처벌 받은 바 있는데 ‘의료용 대마’라니.

■ 의료용 대마는 없다

엄격히 말하면 의료용 대마가 아니다. ‘의료용’으로 심어서 기르는 대마가 따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삼베를 짜는 ‘삼’이라고 부르는 식물이 바로 대마인데, 이 식물에선 100가지가 넘는 화학물질이 나온다. 그 중 2개만 우선 보면, 대마엔 ‘테트라히드로카나비놀(THC)’이란 화학성분이 있다. 이 성분은 환각을 불러일으킨다. ‘뿅 가게 하는’ 중독성이 있는 성분이란 뜻이다. 대마초가 마약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대마의 이러한 향정신성 성분 때문이다.

의료용 대마

반면 대마엔 ‘카나비디올(CBD)’이란 성분도 있다. 이 CBD는 THC성분과는 반대로 각종 신경 증상의 안정성에 도움을 준다. ‘뿅 가게 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성분이다. CBD는 오히려 환각, 불안 증세와 부작용이 없어 10년 전부터 뇌 발작 증세를 보이는 뇌전증(간질) 치료제로 해외에선 쓰여왔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대마에서 CBD를 추출해 제조한 약 ‘에피도렉스(Epidiolex)’를 승인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마 속 여러 성분 중 어떤 것은 마약의 주성분이 되고, 어떤 것은 뇌전증 치료제의 주성분이 된다. 이에 중국은 2003년에 법으로 CBD를 포함해 대마를 의료용으로 쓸 수 있게 했고, 미국도 1997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현재 50개 주 가운데 29개 주에서 의료용으로 만들어진 대마를 법으로 허용하고 있다.

대마에서 추출되는 CBD 성분은 뇌전증 환자의 발작증세를 완화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유튜브 영상 캡쳐]

■ 의료용으로 쓸 수 없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대마를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 모르핀과 코카인, 아편은 주로 의료용 진통제로 활용이 가능하지만 대마는 여전히 불법이다. 난치성 뇌전증을 앓는 자녀를 위해 CBD 오일을 해외직구하게 되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 받는 이유다. 법적으론 마약 밀수범이다. 그렇게 작년 한 해동안 뇌전증 환자 자녀를 위해 CBD오일을 구하려다 마약 밀수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재판에 남겨진 부모가 80명에 이른다. 이들 중 대부분은 택배로 온 오일을 압수 당하면서 체포당해 실제 오일을 환자에게 사용해보지도 못했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은 동감하지만 의료용으로 대마를 쓰면 혹여나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강성석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 대표는 “한국은 진료, 처방으로 이어지는 의료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다. 향정신성 의약품이 처방 받은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면 바로 처벌 받게 된다. 그리고 CBD 성분은 중독성과 향정신성이 전혀 없어 꼭 필요한 뇌전증 환자에게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약vs의약품(영유아 뇌전증ㆍ뇌종양 환자들에게 필요한 건 담배처럼 피우는 마리화나(윗쪽)가 아니라 대마 식물에서 추출한 CBD성분으로 만든 에피도렉스(아랫쪽)와 같은 의약품이다. 한국에선 마리화나와 에피도렉스 모두 불법이다. 미국 FDA는 최근 에피도렉스를 승인했다.)

상황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없진 않았다. 지난 2015년 식약처가 의료용으로 대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마약관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국회 보건복지상임위는 자료가 불충분하고 대중의 인식이 여전히 부정적이라며 법안을 폐기한 바 있다.

하지만 대마를 의료용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사회 목소리가 커지면서 또 다시 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초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치료 목적의 대마 사용을 허용하는 마약류 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신창현 의원(지난 1월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1명이 의료용 대마 합법화 내용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제공=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

의원실 한 관계자는 “1월 5일에 공동발의 이후 8일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이후 국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아 본격 논의가 되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는 “대마를 의료용으로 쓰는 건 원래 보건복지위원회 소관인데 정작 해당 위원회 의원들은 전문성도, 관심도 부족한 것 같다. 다들 이 법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해보고자 하는 확신이 없어 보였다”고 현실의 한계성을 지적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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