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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로시간 단축, 한달 앞으로] “기사 대기시간·영업직 저녁미팅…업무인가요?”
회식·대기 등 ‘간주근로시간’
기업들은 지침없어 눈치만
노무사들 “악용못하게 감독을”


#. “아직 특별한 지침이 나온 것은 없습니다. 눈치만 보고 있어요.”

대기업 영업사원인 A 씨는 ‘업체간 미팅’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PC 자동종료’ 프로그램 설치와 근로시간 조정 등 변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저녁미팅은 논외였다. 저녁미팅을 ‘업무’로 볼지, ‘사생활’로 볼지 아직 구분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영업맨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거래처와의 관계설정이라고 말한다. 거래처와 갖는 저녁미팅도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팅을 다 업무로 보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A씨는 “자주 보는 거래처 직원은 친구에 가까울 정도로 친분도 쌓이고, 이들과 술마시고 일 얘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일과 사생활의 구분이 모호하다”고 털어놨다.

300명 이상 기업체ㆍ국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한달 앞둔 지금. 가장 큰 논란거리 중 하나는 관행처럼 여겨지던 ‘준근무적 성격’을 지닌 업무들이다. 직장인들이 퇴근 이후 갖게되는 회식과 업체미팅, 운전기사들의 ‘대기시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분명 업무 성격이 뚜렷한데, 선뜻 ‘업무의 연장’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회식과 대기시간이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에서 지정하는 인정근무시간의 일종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장진나 노무법인 현율 대표노무사는 인정근무시간을 “근로자 대표와 사업주가 협의해서 소정근로시간 넘어서 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면서“노사간 합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외근직원이나 출장자 등이 회사 밖에서 근무해서 근로시간 산정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 근로시간을 넘어 근무하더라도 예외로 인정해주는 경우다.

회식이나 대기시간도 회사밖에서 이뤄지는 만큼, 인정근로시간의 범주에서 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법적인 가능성만 인정됐다 뿐이지, 여전히 회식과 대기시간을 어떻게 볼지는 명확하지 않다. 정부가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체들도 눈치를 보고 있다.

대기업 B사 관계자는 “아직 특별한 지침이 내려온 것이 없다”면서 “회사에서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본 뒤 결정하자는 계획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C사 관계자도 “회식 등에 법인카드를 쓰게되면 다음날 오전 반근무를 허용하는 방식 등이 논의됐다”면서도 “하지만 회사 법무팀에서 저녁 술자리 등은 기준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와 시행을 보류했다”고 언급했다.

간주근로시간제가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제도를 시행하는 데는 근로자와 사용주간 협의가 있어야 하는만큼, 여기에 대한 국가 기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학주 노무법인 하나 노무사는 “영업직이라든지 운송기사와 같은 사람들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간주근로시간제를 시행해 해버릴 경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면서 “(실시에 앞서) 현장에서 (합의 등이) 실제로 잘 지켜졌는지를 정부기관에서 조사하고 (문제점의) 대안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건강연대 소속인 정해명 노무법인 상상 대표노무사도 “올바른 법의 시행도 필요하지만, 법의 시행을 담당하는 정부의 감시감독 기능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우 기자/zzz@he 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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