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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판거래 파문 확산] KTX 승무원들 ‘대법원장 면담’ 요구한 배경은
-오늘 오후 대법원장 비서실장과 면담 후 기자회견
-1,2심 승소했던 해고무효 소송, 대법원에서 뒤집혀
-철도공사가 고용업체 지분 100% 보유했는데 “고용주 아니다” 결론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2006년 사실상 해고된 한국고속철도(KTX) 승무원들이 30일 대법원과 면담한다. 1심과 2심에서 승소했지만, 대법원에서 결론이 뒤집히며 사측과의 분쟁에서 졌던 이들은 법원행정처가 ‘국정운영에 협조했던 사례’로 자신이 언급되자 강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이날 오후 소송에서 패소했던 해고 승무원들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를 방문해 김환수 대법원장 비서실장과 만나 면담한 뒤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KTX 해고 승무원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승무원 오모 씨 등 34명은 2008년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공사의 전신인 철도청은 2003년 KTX사업을 추진하면서 ‘승객서비스 업무’를 분리해 홍익회에 일괄 위탁했다. 홍익회는 이듬해 351명을 채용했고, 10개월만에 철도유통에 이 업무를 다시 넘겼다. 채용된 승무원의 고용도 철도유통이 승계했다.

문제는 2006년 철도유통이 승객서비스 업무를 다시 ‘KTX관광레저’로 위탁하면서 발생했다. 사측은 승무원들에게 ‘KTX관광레저로 이적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실질적인 고용인은 한국철도공사”라며 이에 응하지 않았다. 철도유통은 공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였다. 하지만 사측은 이적 거부를 사유로 이들을 해고했다.

대법원 판례상 회사가 특정업무를 외부 업체에 위탁하더라도, 업무 종사자들의 고용주체가 누구인지는 실질적인 관계를 기준으로 따진다. 가령 외부 업체가 사업주로서 독자성이 없거나, 실제 인력을 관리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고용주는 외부 업체가 아닌 위탁을 의뢰한 업체가 된다.

소송에서 오 씨 등은 철도공사가 고용의무를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사가 철도유통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철도유통 사장이나 감사, 임원진이 모두 공사 간부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인 점 ▷채용면접관 중 일부는 공사에서 보낸 인력인 점, 신규채용 ▷승무원 교육을 공사에서 시행한 점 ▷채용 이후에도 수시로 승무원에 대한 업무평가와 교육을 한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법원은 결국 오 씨 등의 손을 들어주고 승무원들의 실질적인 고용주가 철도공사라고 결론냈다. 고용계약을 갱신하는 의무를 공사가 지는 것은 물론 그동안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항소심 결론도 같았다.

하지만 공사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고,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4년 만에 결론을 뒤집었다. 2015년 대법원은 “코레일 소속 열차팀장의 업무와 KTX 여승무원의 업무가 구분됐다”며 “한국철도유통이 독립적으로 KTX 승객서비스업을 경영하고 직접 고용한 KTX 여승무원을 관리하면서 인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KTX 여승무원과 코레일 사이에 직접적인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근로자 파견 관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당시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 폐해가 극심한 간접고용 행태를 외면한 결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법원이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하면서 결국 이 사건은 승무원들의 패소로 끝을 맺었다. 이 결론에 따라 승무원들은 1심 승소 후 받은 4년치 임금에 이자를 더해 1억 원 상당을 반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 과정에서 승무원 한 명이 ‘빚만 남기고 떠나서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그 때 세 살이던 고인의 딸아이는 여섯 살이 됐다.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청와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협조했던 사례’로 사회적 관심을 끌었던 주요 사건을 분류했다. 여기에는 ▷통상임금 사건 ▷과거사 관련 국가배상 사건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KTX여승무원 사건 등이 포함됐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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