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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중기획 - 작은배려가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내 휴가 내가 쓰는건데…직장상사라고 왜 눈치 주나
작년 근로자 연차사용 7.9일 불과

“상사의 그 말은 ‘나도 못가는데 너만가냐?’ 이렇게 들려요.” (중견기업 대리 29세 문모 씨)

“저도 사생활이 있는 거잖아요. 연인이랑 여행간다고 말할 수도 없고, 거짓말을 하자니 또 그렇고….” (대기업 사원 27세 주모 씨)

정부가 ‘(공적인) 일과 (사적인) 생활의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워라밸(Work Life Balance)이 정착되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직장상사 갑질로 눈물을 흘리는 직장인들이 적잖다. 특히 연차를냈을때 “왜 휴가를 쓰나”라는 직장상사의 지나가는 한마디는 불편하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휴가는 사생활인데 공적인 관계의 직장 상사가 이를 물어오는 것이 불편하고, ‘눈치를 주는 것 같이 들린다’고 말했다.

중견기업 인사팀 직원 최모(31) 씨도 최근 상사의 질문에 큰 불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금요일 하루 연차를 냈는데도 어김없이 ‘왜 가냐’는 질문이 따라온 것이다. “친구들끼리 놀러간다”는 대답하자 어디로, 몇명이 가는지 물었다. 최 씨는 “왜 그런걸 묻는지 내가 되묻고 싶다”며 “‘왜’ 가는지 알면 휴가비라도 줄건가. 굳이 사생활을 물어 스트레스를 준다”고 불평했다.

작은 무역업체 직원인 민모(32) 씨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일이 많은데 어딜 가냐’, ‘너랑 대화를 하고 싶다’는게 ‘왜 휴가가냐’는 질문의 속뜻일 것”이라며 “부하직원 입장에선 불편하다. 직원이 직접 이야기를 할 때까지 기다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여러 기관의 설문조사에서 직장인들은 ‘휴가를 쓸 때 눈치를 본다’고 대답했다.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20∼40대 남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유급휴가 사용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1.5%는 휴가를 신청할 때 ‘직장 상사와 동료의 눈치’가 가장 신경 쓰이는 요인이라고 답했다. 인크루트가 회원 814명을 대상으로 ‘휴가 사용 시 회사 분위기를 살피는가’에 대해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6%인 621명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왜 휴가를 쓰냐”는 질문은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연차 휴가를 쓰지 않는 결과’로 이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휴가 확산 방안’ 마련을 위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11.3%는 연차휴가를 전혀 사용하지못했다고 답했다. 근로자의 33.5%는 연 5일도 휴가를 쓰지 못했고, 평균 연차 사용일 수는 15일 중 7.9일밖에 되지 않았다.

응답자 44.8%는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지 못한 이유로 ‘직장 내 분위기’를 꼽았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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