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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웨딩의 계절 한달 축의금 50만원…“부담돼서 친한 지인만 챙긴다”
평균 결혼비용 2억3000만원
“부담 너무 커 지인 도움 필요”


사업을 하는 김모(33) 씨는 최근 지인들의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주말과 휴일이 사라졌다. 가까운 지인들은 물론,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이 잇따라 청첩장을 보낸 것. 친분 정도에 따라 결혼식 참석 여부를 결정하고 있지만 친하지 않더라도 축의금은 예의상 챙겨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번 달 축의금만 50만원이 넘었다.

김 씨는 “결혼식에 가든 못가든 축의금은 전달해야 할 것 같아 지갑을 열고 있지만 부담이 적지 않다”며 “특히 친한 사이면 요즘 최소 10만원 정도가 보통이라 압박감이 크다”고 말했다.

결혼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싱글족의 축의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청첩장을 받은 이상 축의금을 챙겨주는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과거 5만원 정도가 평균이었던 축의금이 친분 정도에 따라 10만원은 물론 그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가계에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 싱글족은 친한 지인들을 제외하곤 축의금을 아예 주지 않기도 한다.

8년차 직장인 이모(34ㆍ여) 씨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너무나도 많은 결혼식을 다녀왔지만 그들이 모두 나와 깊은 사이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친하지도 않은데 예의상 축의금을 주는 것은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해 어느 순간부터 정말 주고 싶은 사람들만 챙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결혼 생각이 없다는 정모(38ㆍ여) 씨도 “어차피 내가 낸 축의금을 회수하지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부터 몇 년 전부턴 축의금을 거의 챙기지 않고 않고 있다”며 “그저 그런 사이에 축의금을 내봐야 결혼식 이후엔 연락이나 왕래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예비부부들도 할 말은 있다. 하객이었던 시절 형식적인 참석과 축의금 부담이 꺼려졌지만 엄청난 결혼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올해 초 결혼한 이모(31ㆍ여) 씨는 “막상 결혼 준비를 해보니 돈이 한두 푼이 필요한 게 아니다”라며 “결국엔 축의금을 최대한 모아 충당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월 듀오웨드가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혼비용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자금 비용은 총 2억3085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주택이 주택 1억6791만원으로 가장 많이 차지했고 예단과 예물이 각각 1457만원, 1429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축의금 문화도 바뀌고 있다고 분석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축의금을 일종의 저축이나 품앗이 형태의 관습이라고 생각해 무조건 챙겨주는 반면, 젊은 세대는 축의금을 그저 축하금으로 여겨 선택적으로 주는 성격이 강하다”며 “이는 축의금 관행이 점점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사회가 변함에 따라 생기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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