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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의 프라이탁’ 꿈꾸는 한국 업사이클링
모어댄, 폐차 카시트로 가방 제조·에코파티메아리, 뉴욕 현대미술관 진출

트럭에서 떼어낸 방수(防水)천으로 가방 몸통을 만들었다. 끈은 자동차 안전띠, 접합부는 자전거 고무튜브다. 코를 대면 화학약품 냄새 풀풀난다. 곳곳엔 흠집투성이다. 그런데 50만원임에도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스위스의 ‘업사이클링(Upcycling·디자인 등을 더해 재활용 이상의 가치를 만드는 것)’ 대표 주자, 가방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의 얘기다. 

이상 모어댄이 버려지는 카시트를 가방으로 만드는 과정(위쪽)과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입점한 에코파티메아리.

쓰레기가 명품으로 만들어져 팔리고 있다. 연매출 700억원을 넘었다. 매년 20만개 가량이 팔려나간다. 프라이탁의 인기비결은 희소성.

가방의 주재료인 방수천은 최소 5년 이상 사용된 것으로 쓴다. 방수천을 떼어내 세척한 뒤 재단사들은 방수천 원래의 디자인과 색감을 고려해 가방을 디자인한다. 서로 다른 방수천이 원단이다 보니 만들어지는 가방도 유일무이하다. 모든 가방이 한정판이다.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가방’이라는 이미지에 더해 어느 트럭에서 사용됐는지를 의미하는 스토리까지 입혀 대박을 쳤다. 방수천의 흠집을 남겨두는 이유다. 모든 가방이 ‘한정판’인 만큼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마니아들이 생겼다.

국내에도 제2의 프라이탁을 꿈꾸는 업체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5년 전 10여개 안팎에 불과하던 국내 업사이클링 업체는 2016년 150개로 늘었다. 시장은 2017년 2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2013년 25억원, 2014년 40억원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성장세가 가파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업체 중 하나는 ‘모어댄’이다. 폐차장에서 나오는 카시트 가죽과 안전벨트, 에어백 등을 이어 붙여 가방으로 재탄생시킨다. 지난 3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SK와 간담회에서 모어댄이 만든 백팩을 구입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빌보드를 석권한 케이팝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 랩몬스터(RM)가 모어댄 백팩을 구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는 한층 더해졌다.

버려지는 행사용 그늘막을 수거해 가방으로 재탄생시키는 ‘에코파티메아리’도 눈길을 끈다. 이 회사가 만든 가방들은 2009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전시되기도. 원단 재질의 화려한 색감, 쓰여있던 한글 등으로 인해 ‘팝아트적이다’는 호평을 받았다. 다음카카오에서 운영하는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에도 입점해 주문생산 체계를 마련했다. 에코파티메아리 측 관계자는 “카카오에서 최단시간 품절, 매회 앵콜요청을 받고 있는 인기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했다.

이 외에도 코오롱에서 운영하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 폐기되는 자전거를 분해, 재조립해 인테리어 조명으로 탄생시키는 ‘세컨드비’, 버려지는 목재 팔레트를 활용해 가구를 만드는 ‘러스틱아일랜드’도 화제를 모은다.

이처럼 급성장하는 업사이클링은 그러나 한계도 있다. 업계 특성상 폐기물 수급, 소재 세척, 제품 가공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대량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은 부족하다. 또 생산과정 자체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져 기계화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한국업사이클링협회 관계자는 “폐자원 수거에 적지 않은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업사이클링 시스템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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