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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민의 발’이 무서워요!] 찔리고 찢기고…지하철 ‘등산스틱’을 어찌하오리까
-뾰족한 장비에 다른 승객 위협받아
-가만히 있다가 머리 생채기 나기도
-“캠페인 통해 의식변화 이끌어야”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지난 13일 오전 9시 서울 지하철 1호선 소요산행 전철을 탄 직장인 차종윤(29) 씨는 아찔한 일을 겪었다. 청량리역에서 등산객 7~8명이 뾰족한 금속 ‘등산스틱’이 튀어나온 가방을 메고 우르르 몰려왔기 때문이다. 들뜬 등산객 무리는 분주하게 몸을 움직였고, 그때마다 그는 스틱에 닿지 않기 위해 진땀을 뺐다. 가방으로 몸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자 차 씨는 “스틱을 빼주면 안 되겠느냐”고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젊은이가 예민하다”는 말 뿐이었다. 그는 “참다못해 결국 다른 칸으로 몸을 피했다”며 “어린 아이나 임산부가 있는 데서 같은 일이 벌어질까봐 무섭다”고 했다.

날씨가 풀리면서 지하철로 등산객이 몰려드는 가운데 이들 장비 탓에 위협을 느낀다는 불만이 일고 있다. 주범은 일부 등산객의 가방에 꽂혀있는 등산스틱이다. 길고 날카로운 탓에 ‘만원 전철’ 안에서는 흉기와 같다는 지적이다.

지하철로 등산객이 몰려드는 가운데 이들의 뾰족한 ‘등산스틱’에 위협을 느낀다는 불만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 지하철 모습. [제공=헤럴드DB]

승객들은 등산스틱을 갖고 전철을 탈 때 뾰족한 심에 고무막을 씌우거나, 손에 들기를 주문한다. 뾰족한 심이 무방비로 움직이면 주변 승객의 살이 긁히거나 옷ㆍ가방이 찢어지는 등 사태가 벌어지기 십상이라는 하소연이다. 3살 아이를 기르는 이은희(35ㆍ여) 씨는 “아이가 호기심이 쳐다보다 해를 입을까봐 예의주시한다”며 “등산객이 몰려오면 내 몸 뒤로 숨기기 일쑤”라고 했다.

지난 달 지하철 우이신설선에서 등산스틱으로 인해 머리에 생채기가 난 직장인 이정아(30ㆍ여) 씨는 “남에게 준 피해를 인식하지 못하는 등산객을 보니 더 화가 났다”며 “눈이나 귀가 찔렸으면 큰 일이 벌어질 뻔 했다”고 토로했다.

철도안전법 제42조에 따르면, 승객은 누구든 다른 승객에게 위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물품을 들고 전철에 탈 수 없다. 하지만 등산스틱이 위해물품에 들어가는지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교통공사도 이 때문에 제재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일반 흉기와는 전혀 다른 목적으로 쓰이는 생활용품이라 일방적인 제재는 어렵다“며 ”캠페인을 통해 시민의식을 개선하는 일 말고는 뚜렷한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등산 마니아’가 보기에도 등산스틱 위협은 눈꼴사나운 모습이다. 일부 몰상식한 행위로 등산객 전체가 매도 당할 수 있어서다. 서울시내에서 활동하는 회원수 500여명의 한 산악회 회장은 ”출근시간 탑승, 고성, 음주 등 일부 등산객의 민폐로 등산문화 자체에 부정적인 시선이 확대되는 상황“이라며 ”안전에도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다는 인식은 치명적“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먼저 지키자는 마음으로 등산스틱에 고무막 씌우기 등 캠페인을 내부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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