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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김낙순 한국마사회장]국민 ‘워라밸’ 위한 말산업 報國
‘최고의 음식은 두부ㆍ오이ㆍ생강ㆍ나물이고, 최고의 모임은 부부ㆍ아들딸ㆍ손자로다(大烹豆腐瓜薑菜 高會夫妻兒女孫).’

렛츠런파크 서울의 북쪽 돌담길을 걸어가다 보면 추사 박물관이 나온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추사 김정희(1786~1856) 선생이 노년에 남긴 글 한 구절이 떠오르곤 한다. 가족과 함께 오순도순 밥상머리에 앉아 식사를 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는 뜻인데, 학문으로 일세의 명성을 누려온 대학자이자 사상가인 추사 선생에게도 인생의 진리는 바로 평범한 일상에 오롯이 담겨 있던 셈이다.

최근 주 52시간 근로 시행, 육아휴직 확대 등의 정책에서 볼 수 있듯, 가정과 일의 균형 ‘워라밸’을 실현하는 것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적 명성이나 물질적 풍요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함께 여가 시간을 보내는 소소한 행복이 더욱 소중하다는 인식이 점차 늘어나는 중이다.

가족과 함께 할 여가 시간이 늘어나는 추세는 반갑지만, 여가 콘텐츠는 한참 부족한 게 현실이다. 여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말산업만 한 것이 없다고 감히 자부한다. 승마는 사람과 동물이 교감하는 유일한 스포츠이며,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레저스포츠이기도 하다. 다만, 아직까지도 승마는 부유한 일부 계층만이 즐길 수 있다는 편견 때문에 대중화가 미진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한국마사회는 말산업육성법에 따라 승마를 비롯한 말산업 진흥을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공공기관이다. 필자는 승마의 대중스포츠화를 위해 한국마사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국민공감혁신TF를 출범시켜 6대 혁신과제를 도출했다. 전 국민 승마체험 지원 사업을 전면 확대한 한편, 국산 어린 말 승마대회 개최를 통해 국민의 삶 속에 승마를 가깝게 두고자 한다.

또한, 승마인구를 현재 4만 9000명에서 50% 증가시켜 아시아 최고 수준인 7만 5000명까지 확대하고, 거점형 직영승마장을 설치해 재활승마와 힐링승마를 실시할 계획이다. 승마가 누구나 쉽게 즐기는 레저 스포츠로 안착하는 것이 ‘쉼표 있는 삶’을 향한 한국마사회의 여러 노력 중 하나이다.

서울, 부산, 제주에 있는 렛츠런파크는 경마, 승마체험 등 이색적인 즐길 거리는 물론, 아름다운 자연경관까지 갖춰 볼거리도 풍부하다. 보유한 문화 콘텐츠를 적극 개발하는 한편, 2030 슈퍼콘서트 시행, 가족공원 조성 등으로 국민 누구나 양질의 문화레저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얼마 전 한국마사회가 개최한 야간벚꽃축제에는 15만명에 달하는 국민들이 방문했다. 경주로를 따라 만개한 벚꽃 길에 등장한 미니호스를 보고 기뻐하던 국민들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잘 만든 공원 하나가 도시의 인상마저 바꾼다고 했으니, 렛츠런파크가 도심 속 가족 레저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 한국마사회의 또 다른 행보이다.

중국의 순자(荀子)는“騏驥一躍(기기일약) 불능십보(不能十步), 노마십가(駑馬十駕) 공재불사(功在不舍)”라고 말했는데, ‘천리마도 한번에 십보를 뛸 수 없고, 더딘 말도 열흘을 뛰면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라는 뜻이다.

한국마사회가 나아가는 길이 한달음에 목표에 닿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을 위한 ‘국민 마사회’로 거듭나겠다는 약속과 노력은 변치 않을 것이다. 이를 다시 한 번 아로새기며, 말산업이 온 국가와 국민 힐링에 기여하는 말산업보국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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