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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수는 비과학? 주거환경 이해돕는 실용적 평가지표
풍수는 일반적으로 미신으로 해석되거나 실용적이라는 주장에도 꺼림직함이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생활 풍수라는 말로 인테리어분야에서 관심을 받기도 하지만 여전히 비과학적인 옛 식으로 치부되는게 현실이다.

‘우리시대의 산가(山家)’로 불리는 최원석 경상대 교수는 ‘사람의 지리 우리 풍수의 인문학‘(한길사)에서 풍수를 이해하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풍수를 길흉화복의 초월적 메시지로서가 아닌 자연환경과 사람들의 조화로운 삶의 관계로 파악한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풍수논리에 삶을 끼워 맞추기보다 살아가는 방도로 풍수를 유연하게 활용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한국풍수의 특징을 ‘비보(裨補)풍수’라고 이른다. 비보는 자연의 풍수적 조건을 사람이 보완하는 것이다. 가령 풍수지식인이 “이 마을은 풍수가 안 좋으니 동구에 숲을 조성하라”고 말했다면, 이는 마을의 기후나 경관생태를 위해 숲을 조성해 보완하라는 의미다.

비보는 단순히 명당의 조건을 보완하는 방법이나 수단이 아니라  땅을 중심으로 한 관계를 180도 바꾸어 사람의 역할에 중심을 둔 풍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의 독특한 해석 중 하나는 풍수지리를 현대의 환경이란 개념과 같은 위치에 놓은 점이다. “바람과 물이라는 자연에너지와 환경자원을 실생활에서 이용하려는 경험적 지혜가 축적된 게 풍수”란 것이다. 주거환경을 따지는 평가지표이자 자연재해에 대한 나름의 방어체계였다는 얘기다. ‘마을의 풍수를 본다’는 말은 ‘마을의 환경평가를 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저자가 제시한 한국풍수의 또 다른 특징은 불교와의 만남이다. 8세기에 중국에서 전해진 풍수는 고려시대 불교와 결합하면서 사찰지 선택의 기준이 됐다. 그 시조는 도선으로 그는 100개 이상의 사찰을 지었다. 풍수는 또한 지배층의 전유물이었다, 일종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풍수를 활용했는데 조선시대가 되면서 점점 민초들의 삶에 뿌리내리게 된다.

저자는 한국풍수는 변치 않는 무엇이 아니라며 시대마다 풍수가 달랐음을 강조한다, 고려시대에는 도읍풍수를 중요하게 여겼으며, 조선시대에는 묘지풍수가, 또 사회계층마다 풍수담론이 달랐다.

그렇다면 21세기 풍수는 어떤가. 환경문제의 해결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대안사상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특히 현존하는 풍수경관은 자연과 문화의 통합적 유산이란 주장이 눈길을 끈다. 한국의 조선왕릉이나 하회마을, 양동마을 등은 그 시대의 자연과 문화가 낳은 유산으로 세계문화유산에서 그 가치가 평가받은 점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한국 풍수의 형성과정과 정체성 등 이론적 측면 뿐 아니라 윤선도, 권섭, 이중환 등 풍수사상가들이 이 땅에 구현한 풍수의 적용사례 등을 함께 소개해 놓았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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