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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가 제 역할을 못할때 ‘홀로코스트’가 일어났다
홀로코스트는 히틀러와 전체주의 나치 독일이 민족우월주의를 바탕으로 일종의 광기 속에서 저지른 유대인학살로 통칭된다.

동유럽사와 홀로코스트 연구의 권위자인 티머시 스나이더 예일대 교수에 따르면,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유대인 학살의 다수는 나치가 아니었고 심지어 독일인도 아니었다는 사실, 홀로코스트에서 살해된 유대인은 거의 전부 독일 밖에 살았으며, 살해된 유대인의 상당수는 강제수용소가 아닌 곳에서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을 간과한 데 있다.


스나이더 교수는 ‘블랙 어스(Black Earth)‘(열린책들)에서 홀로코스트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뒤집은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홀로코스트와 히틀러는 예외적인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나이더는 유대인이 어디에서 어떻게 죽임을 당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독일에는 굴복했지만 국가제도가 살아남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프랑스 같은 곳에서는 유대인이 함부로 체포되거나 살해되지 않았다.

반면 소련과 독일에 의해 재차 점령당한 동유럽의 ‘이중점령’을 당한 ‘국가 없는’ 지대에서 유대인과 동유럽인들은 아메리카 인디언이나 들소처럼 사냥을 당하고 야만인 취급을 당했다. 국가가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국가없는’ 지대의 국민은 언제든 손쉽게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강력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작동하는 곳에서는 나치도 작업을 추진하지 못했다.

가령 암스테르담은 서유럽도시로는 유일하게 독일이 게토 설치를 고려했던 곳이었으나 암스테르담 시의회와 네덜란드 정부가 반대하자 계획을 철회했다. 히틀러는 기존의 연구대로 지구를 종족의 관점에서 봤다. 살아남기 위해선 다른 종족을 굴복시키는게 당연하다. 그런데 유대인은 모든 종족이 상생할 수 있다는 관념을 퍼트리려 한다.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존재로 인식된 것이다.

스나이더는 히틀러가 민족주의자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1차세계대전 전후 궁핍을 경험한 독일이 미국 만큼 풍족함을 누리려면 광활한 영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 때 동유럽이 대상으로 떠올랐다. 동유럽 나아가 소련 영토는 유대인을 이주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했다.

저자는 유대인 절멸을 구상한 건 히틀러이지만 실행자는 히틀러도 독일인도 아닌 경우가 많았다며 특히 소련은 독일 이상의 학살자였다고 주장한다. 또한 유대인 혐오는 어디에나 만연했으며 한편으론 특별한 이유 없이 많은 이들이 유대인을 구했다고 말한다. 이 구조자들의 공통점은 ‘자기 인식’이었다는 것.

스나이더는 비극은 다시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국가가 파괴되고 지역의 공공기관들이 붕괴하고 경제적 유인이 살인을 부추긴다면, 선하게 행동할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곧 홀로코스트의 교훈이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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