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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재 연출가의 묵직한 물음…인간의 존재 의미는?
로베르 르빠주 
15년만에 한국찾는 ‘달의 저편’ 
1인극 형식…조용한 사색의 기회로

이보 반 호프  
‘강박관념’·‘헤다 가블러’ 영상 작업
관계의 비극·삶의 의미 반추 호평


세계적으로 활동하며 ‘천재’로 불리는 두 연출가의 작품이 나란히 한국 관객을 만난다. 캐나다출신 연출가 로베르 르빠주와 벨기에 출신 연출가 이보 반 호프다. 로베르 르빠주는 자신의 대표작 ‘달의 저편’을 15년만에 한국에서 무대에 올리고, 이보 반 호프는 신작 ‘강박관념’과 ‘헤다 가블러’를 영상으로 선보인다. 스타일은 다르나 인간 실존에 대한 고민은 같다. 

천재 연출가들의 연극무대가 한국관객을 찾아온다. 무대연출의 기발함부터 인간 실존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까지. 5월 연극계가 풍성한 이유다. 사진은 로베르 르빠주 연출 ‘달의 저편’한 장면 [제공=LG아트센터]

로베르 르빠주 ‘달의 저편’=빨래가 돌던 둥근 세탁기 창문은 어느 순간 ‘달’의 모습으로, 금붕어를 담은 어항으로, 우주선의 입구로 끊임없이 변한다. 다리미판은 자전거, 벤치 프레스로 변하고 슬라이딩 패널은 강의실 칠판, 문, 엘리베이터로 활용된다.

창의적 스토리텔링과 독창적 무대연출로 연극계 ‘혁신’을 일으켰다고 평가받는 로베르 르빠주의 작품은 늘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2000년 초연이래 2003년 LG아트센터에서 선보였던 ‘달의 저편’이 15년만에 한국무대에 오른다. 당시에도 국내 평단과 관객사이 격찬을 받았던 만큼 이번 무대에 대한 기대도 크다.

‘달의 저편’은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은 형제의 이야기를 담았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만난 ‘필립’과 ‘앙드레’의 갈등과 화해가 전체적인 줄거리다. 필립은 우주개발의 문화적 의미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준비하는 연구생이고 앙드레는 잘나가는 TV 기상 캐스터다. 르빠주는 성격과 가치관이 다른 두 형제의 대립을 ‘달 탐사’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의 역사와 중첩시키며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흥미로운건 135분의 러닝타임동안 공연에 출연하는 배우는 이브 자끄 한 명이라는 것. 필립과 앙드레, 엄마와 의사 등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넘나들며 극을 이끌어 나간다.

지구를 거울처럼 비추는 달 처럼, 인간의 존재에 대해 조용히 생각해볼 시간을 갖게하는 ‘달의 저편’은 5월 16일부터 19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이보 반 호프 ‘강박관념’(왼쪽 사진), ‘헤다 가블러’의 한 장면. [제공=국립극장]

이보 반 호프 ‘헤다 가블러’=토니상과 올리비에상을 석권한 연출가 이보 반 호프의 신작 ‘강박관념’과 ‘헤다 가블러’가 온다. 아쉬운 건 원작이 아니라 영상으로 만나야한다는 점이다. 국립극장 NT Live로 선보이며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상영한다.

‘강박관념’은 1943년 개봉한 루키노 비스콘티의 동명 영화를 연극화 한 작품으로 2017년 4월 바비칸 센터에서 초연했다. 영화배우 주드 로의 출연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우연히 사랑에 빠진 떠돌이 여행자와 유부녀가 그들의 욕망으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을 담았다. 범죄 스릴러에 가깝지만 이보 반 호프는 그리스비극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본질적 관계의 비극으로 극을 풀어냈다.

‘헤다 가블러’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르크 입센의 1980년 작품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2016년 12월 영국 왕립극장에서 초연했고, 당시 연출은 물론 헤다 가블러 역을 맡은 루스 윌슨의 연기력에 호평이 쏟아졌다.

사회 규범을 충실히 따르며 살아가는 ‘모범적 중산층’이 배경이다. 자신의 삶의 방식이 최선이라고 믿지만 동시에 삶의 방식이 너무나 지루해 죽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갈등을 그렸다. 이보 반 호프는 “이 연극은 19세기 중산층에 대한 연극도 아니고 남녀 갈등에 대한 연극도 아니다”며 “오히려 삶의 의미를 찾고, 동정을 구하지 않고 진실을 추구하는 실존주의 연극”이라고 밝혔다.

비록 영상으로 만나긴 하지만 세계 연극계의 최신작품을 합리적 가격(2만원)에 볼 수 있다는 건 NT Live의 장점이다. 두 영상 모두 초연을 담았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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