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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정상회담 D-1]“엄마 생각나는 옥수수 향”…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서 풍기는 고향 냄새
-남북 정상회담 메인 프레스센터서 ‘통일향수전’ 열려
-이산가족 5명의 사연 재현한 향수 전시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우리 동네는 쌀이 귀해 항상 배가 고팠어요. 심심하면 형제들끼리 옹기 종기 모여 앉아 엄마가 쪄준 옥수수를 먹었지요. 뱃속에서 꼬르르 소리가 날 정도로 달코롬했죠.”

70년 전 북한에서 엄마가 손수 쪄준 옥수수 향은 어떨까. 26일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MPC)가 마련된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는 실향민의 고향에 대한 추억을 후각으로 느낄 수 있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통일향수전(統一鄕水展)’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산가족의 가슴 아픈 사연을 담은 국·영문 영상을 모니터로 시청할 수 있고, 다섯 종류의 통일향수를 맡아볼 수 있다. 향수는 북에 고향을 둔 고령의 이산가족 5명이 밝힌 고향에 대한 추억을 바탕으로 전문 조향사가 제작했다. 

26일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열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통일향수전(統一鄕水展)’.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이산가족들의 사연을 담은 향수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평안북도가 고향인 실향민 김혁 (97) 씨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향수는 포근하면서 달콤했다. 향수에 적힌 김 씨의 사연을 읽고 난뒤 향을 맡으니 그의 어머니가 쪄줬을 달짝지근한 옥수수 맛이 떠올랐다. 쌀이 없어 풍족하게 먹이지 못하고 옥수수를 쪄내는 어머니의 애틋한 마음도 느껴지는 듯 했다.

함경남도가 고향인 이재순(84) 씨의 오빠 생각이 담긴 ‘함경남도 명사십리 해당화향’은 은은하고 싱그러운 꽃 냄새가 났다. 이 씨가 어릴 때 오빠와 금 모래밭에서 뛰놀며 맡은 해당화 향을 살려 만들어졌다. 인터뷰에서 이 씨는 오빠 생각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오빠가 가시에 다칠까봐 해당화를 대신꺾어주곤 했는데... 6.25 무렵 갑자기 오빠가 사라지고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향수에선 오빠와 뛰놀던 어린 소녀의 손수한 마음이 전해졌다. 

함경남도가 고향인 이재순(84) 씨.[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이 외에도 이주경 (94) 씨의 고향 함경도 장진군에 한 가득 열려있었던 ‘한여름 산딸기 향’, 평안도에 살았던 김형석 (98) 씨의 ‘대동강 솔 향’, 황해도 송용순 님(97) 씨의 ‘해주 바다 내음’이 전시장에서 은은하게 풍겼다.

통일향수 특별전시회는 킨텍스에서 27일까지 진행되고 오는 12월 31일 까지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도 전시된다.

남북 정상회담 메인 프레스센터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의 봄바람이 불어 70년 켜켜이 쌓인 이산가족들의 오랜 그리움을 녹이고, 지속적인 만남의 튼튼한 디딤돌을 놓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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