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소년원생들 제주 자전거 하이킹234㎞ 누비며 자유의 소중함 깨달아
법무부 체험프로그램 동행취재

“전 오늘부터 좌우명을 바꿨어요.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로요.”

25일 제주도 자전거 하이킹에 참여한 고봉중ㆍ고등학교(서울소년원)에 전민호(가명ㆍ17) 군의 말이다. “너무 힘들어서 다시 자전거를 탈 엄두가 안 난다”말하지만, 눈빛은 즐거움으로 반짝였다. 이번 체험활동은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이 삼성에스원의 후원으로 열었다. 2015년부터 매해 소년원생들이 자연 속에서 자긍심과 도전정신을 기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등 사회적 충격을 준 소년범죄를 계기로 소년법 폐지 여론이 높아졌지만, 처벌 강화보다 사회 적응력 제고 등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번 활동에는 학생 10명을 포함해 교사 8명, 멘토 7명, 자전거 지도자 1명 등 26명이 참여했다.

서울소년원에 있는 최성훈(가명) 군은 23일부터 4박5일간 제주도를 달리며 “지금 당장 힘들다고 포기하면 나중에 후회한다”는 다짐을 자전거에 써붙였다. 유은수 기자/yes@

전 군을 포함한 서울소년원 학생들은 23일부터 제주도 전역을 자전거로 달리고 있다. 27일까지 4박5일 동안 234㎞를 누빈다. 서귀포시 표선 인근에서 만난 학생들은 쉬는 시간마다 “허벅지가 터질 것 같다”면서도 선생님이 출발을 알리면 “거의 다 왔다”고 서로 등을 토닥이며 페달을 밟았다.

학생들은 자전거 하이킹을 통해 포기하거나 이탈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배웠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2월 입원한 김지훈(가명ㆍ16) 군은 “평소 해보지 못한 경험인데 힘들어도 인내심과 끈기를 배웠다”며 “앞으로도 이런 프로그램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성훈(가명ㆍ17) 군은 “혼자였으면 이미 포기했을 것 같다. 그런데 앞에 친구가 계속 가고 있고, 내가 그만두면 뒤에 오는 친구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생각에 계속 탈 수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서울소년원에 있는 최성훈(가명) 군은 23일부터 4박5일간 제주도를 달리며 “지금 당장 힘들다고 포기하면 나중에 후회한다”는 다짐을 자전거에 써붙였다. 유은수 기자/yes@

이번 프로그램에는 소년원에서 모범적인 생활을 한 학생들이 참여해, 오는 30일 퇴원을 앞둔 학생들도 여럿 있었다. 이들은 오랜만에 맛볼 자유를 기대하면서도 다시 비행에 빠지지 않겠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김 군은 “소년원을 나가면 이제 나쁜 쪽으로 가지 않고 건전하게, 미래를 생각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서명숙(61) 제주올레 이사장은 이날 특강에서 “부정적인 중독보다 멋지고 긍정적인 일에 중독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하나의 중독을 끊을 땐 다른 중독으로 대체해야 한다”며 일 중독을 걷기로, 담배 중독을 일기로 바꿨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소년원생들 대부분 힘든 가정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여행을 하거나 하이킹을 할 기회가 많이 없다”며 “이런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분출하고 협동심과 자긍심을 배우고 나면 태도가 달라진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앞으로 소년원생들의 사회 적응력과 자아존중감을 높이기 위해 권역별로 특색 있는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발굴ㆍ운영할 계획이다. 오는 30일부터 5월 3일까지는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안양소년원) 학생들이 제주 올레길 걷기 체험을 한다.

제주=유은수 기자/ye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