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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회담D-1]“죽기 전에 북녘 형제자매 볼 수 있을까”…이산가족 63% ‘80세 이상’
-이산가족 생존자 5만7920명 중 70대 이상 86.3%
-2만3676명 가족 만났지만…2016년부터 상봉 ‘0건’
-회담 앞두고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기대감 커져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남북 정상회담 때마다 가장 중요한 의제로 다뤄진 ‘남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이번 3차 정상회담에서도 중요하게 논의될 전망이다. 이미 생존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이산가족의 현실 앞에서 정부도 이산가족 상봉 논의를 최우선 사안으로 강조해오고 있다.

전쟁통에 형제들을 북녘에 두고 홀로 남쪽으로 내려온 평양출신 이병주(85) 씨는 “이번 정상회담을 2년 넘게 기다렸다”며 “요즘 좋은 소식이 들려와 평생 한을 풀 수 있을까 기대도 된다”고 말했다.

이산가족들에겐 시간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지난달 기준 전국에 남은 이산가족 생존자는 5만7920명으로 70대 이상의 이산가족 1세대가 전체의 86.3%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이 씨는 북한에 있는 형제들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난 2년 동안 애를 태울 수밖에 없었다.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 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면서 안 그래도 좁던 이산가족 상봉의 문이 더 좁아졌고, 지난 2016년 이후로는 기약 없는 기다림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씨는 “전쟁 전 평양에 살던 형제가 지금 평양에 계속 살고 있는지조차 모른다”며 “남들은 브로커를 통해 가족 생사라도 알아본다는데, 그 정도 형편도 안 되는 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다시 시작한다는 소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26일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의 이산가족 생존자는 5만7920명이다. 이중 70대 이상의 이산가족 1세대가 전체의 86.3%를 차지하고 있다. 80대가 2만4031명(41.5%)이고 90세 이상은 1만3167명(22.7%)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처음으로 사망자 수(6만5922명)가 생존자 수(6만4916명)를 앞질렀다.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 2000년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확대돼 지난 18년 동안 2만3676명이 가족을 만났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살펴보면 이산가족 상봉 현실은 미미하다. 지난 2014년에 겨우 813명만이 헤어진 가족을 만났고, 지난 2015년에는 972명이 상봉했다. 핵실험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된 지난 2016년부터 최근까지는 상봉 사례가 전무하다.

생존 이산가족들에게 이번 정상회담 결과는 중요하다.

그만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그간 이산가족상봉 행사 규모(647명)에 비추어 남은 이산가족들이 모두 가족을 만나려면 90번 이상의 행사가 필요하다. 90세 이상의 초고령층 이산가족 1만3167명으로 대상을 한정한다 하더라도 20회가 넘는 행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 9일 열린 첫 고위급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회담의 의제로 올렸지만,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 재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시 요구하던 중국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송환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남북 분위기가 급속도로 호전된데다 정부가 오는 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를 제안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산가족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100대 국정과제에 ‘이산가족 신청자의 전면적인 생사확인과 상봉 정례화’를 선정한 바 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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