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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알권리’는 어디까지…숨죽인 재계
정보공개 요구 갈수록 확산
영업기밀 보호와 잇단 충돌
삼성 작업환경 공개 급제동
산업부 ‘국가손실 우려’ 판단
‘무조건’ 아닌 제도장치 필요


‘국민 알권리냐, 영업기밀이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와 통신요금 산정 원가 공개 등 국민의 알권리에 기반한 정보공개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일련의 기업 정보공개 논란은 국민의 알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할 지를 두고 첨예한 논쟁을 낳고 있다. 

알권리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키워드다. 지난 12일 통신료 요금 산정에 관한 원가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법원은 국민의 알권리와 통신서비스의 공공성이 기업 영업비밀 보호에 우선한다고 봤다.

하지만 경영계의 시각은 우려로 가득하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판결로 기업의 자율 경영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반도체 공장 보고서는 맹추격해오는 중국 경쟁사들에 영업기밀이 유출될 우려가 높고, 통신료 원가자료 공개는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및 영업통계는 물론 역무별 영업외 손익명세서까지 일체의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시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국민 알권리’ 어디까지=“국민의 알 권리가 삼성의 영업기밀보다 우선한다”며 삼성 퇴직자 외의 제3자에게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공장의 작업환경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고용노동부의 행보에 일단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 17일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정보공개 집행정지 결정)와 산업통상자원부(반도체공장 국가핵심기술 결론), 대구지방법원(휴대폰공장 정보공개 유보)이 일제히 정보공개를 보류하는 판단을 내리면서다.

산업부가 정보공개에 대해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함으로서 향후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에서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고용부는 산업부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행정심판 본안 소송 최종 판결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파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재계는 나아가 ‘국민의 알권리’ 불똥이 어디까지 번질 지 긴장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 알권리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반도체공장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는 피해 당사자들에게 공개할 필요는 있지만 국민의 알권리와는 무관하다”며 “공개되는 순간 중국 경쟁사를 키워주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 반도체가 타격을 받으면 일자리가 줄고, 세금이 줄어들어 결국 국가경제에 손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정보공개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변호사ㆍ노무사ㆍ재판부 등 전문가가 포함된 관계자들에 한해 보고서를 열람하거나 공개하는 방침 등 법적ㆍ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에도 불똥=국민 알권리는 산업재해와 무관한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까지 파고 들었다.

삼성전자는 고용부의 정보공개 요청에 대해 “스마트폰 공장은 노동자의 안전사고 이슈가 없었던 만큼,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수 있다’는 정보공개 예외 조항에도 직접적으로 해당되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구미 휴대폰공장 역시 17일 중앙행심위에 이어 대구지방법원도 정보공개 유예를 결정하면서 한숨 돌렸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대구지방법원은 삼성전자가 제기한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예방을 위한 긴급한 필요성에 따라 결정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삼성 측은 본소송을 통해 정보공개가 무효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휴대폰 제조 공장의 정보가 노출될 경우 어느 때보다 치열한 글로벌 스마트폰 사업 경쟁에서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휘영 법무법인 휘명 변호사는 “기업의 영업상 비밀이 있고 기업의 가치가 크게 뒤바뀔 수 있는 사안은 더욱 엄격한 요건하에서 법률을 적용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사안에 따라 정보공개의 강제력이 발동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최소한의 범위만 행사하도록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천예선ㆍ박세정 기자/c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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