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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 중고교 체육대회 ‘반티’가 ‘야쿠자ㆍ죄수복ㆍ환자복’?…골머리 앓는 학교
-‘다른 반보다 튀어야 한다’ 야쿠자 복장도
-체육복으로 부적합한 단체복, 비용도 부담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학생들이 죄수복, 환자복, 일본 야쿠자 복장까지 입고 오니까 체육대회가 아니라 코스프레 경연장 같아요”

봄날 체육대회를 앞둔 중고등학교가 체육복으로 보기 힘든 괴상한 단체복의 등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단순히 학창 시절 추억으로 허락하기엔 문제시될 부분이 많지만 학생들은 체육대회를 일탈이 허락된 1년 중 단 하루로 인지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최근 중고등학교 체육대회는 반마다 따로 맞춘 형형색색 단체복이 장식한다. 일명 ‘반티(T)’로 불리지만 막상 디자인은 단순한 티셔츠가 아닌 경우가 많다. 포털에서 ‘반티’를 검색하면 ‘야쿠자 반티’, ’정신병원 반티’, ‘죄수복 반티’ 등 키워드로 판매 중인 각종 복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눈에 봐도 소매와 바짓단이 거추장스러워 체육복으로 적합하지 않지만 중고생들 일부는 이처럼 튀는 반티에 열광하고 있다. 잠옷, 일본 만화 주인공 복장, 콜라ㆍ핫도그 복장 등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경기도 모 고등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정신병원 환자복 반티(좌). 포털에서 ‘반티’를 검색하면 노출되는 인기있는 반티 상품들(우).

현장 교사들 사이에선 이같은 현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지도가 쉽지 않다.

고등학교 교사 손유주(28ㆍ가명) 씨는 “가장 많이 보는 게 잠옷, 죄수복, 환자복 등이고 일본 만화 주인공 복장도 많이들 입는다. 실용성 측면에서나 교육적으로나 부적합하다는 생각에 매년 학생들에게 다른 단체복은 어떻겠냐고 설득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이라고 말한다.

현장에서 해당 복장들을 문제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범죄자, 환자 등 희화화 대상이 되는 것이 부적합한 대상을 단체복으로 선정해선 안 된다는 이유가 첫째로 꼽힌다. 죄수복, 야쿠자 복장은 범죄자를 희화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 환자들에게 모욕이 될만한 환자복 역시 적절한 복장은 아니다. 체육대회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실용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학생들이라고해서 변질된 반티 문화를 모두 반기는 것도 아니다.

고등학생 주희제(17ㆍ가명) 씨는 “‘다른 반보다 튀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몇몇이 주도해 기상천외한 옷을 사는 게 반갑지 않다. 잠옷으로도 못 입을 옷을 매년 2만원 가까이 내고 새로 사는 게 아깝다는 친구들도 많다”며 “한국 학교 행사에 야쿠자나 일본 만화 캐릭터 복장이 너무 많은 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현상을 두고 교육 현장의 지도 방향은 오락가락이다.

전교생에 어떤 종류의 반티도 입지말라고 금지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교사조차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해 아예 지도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의 단체복을 규제하면서 단순히 ‘어른 눈에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를 대는 등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제대로 지도하지 않아 반발심만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고등학교 교사 지소연(28ㆍ가명) 씨는 “일년 중 학교에서 공부 안 하고 놀 수 있는 날이 거의 없다보니 체육대회 같은 행사가 하루만 있어도 기대감이 너무나 크다”며 “동아리 활동이나 다른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드문 만큼 무작정 막기보다는 어디까지가 적정선인지 학생들과 함께 얘기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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