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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산비리 수사’ 야심차게 뽑았던 檢, 머쓱한 성적표
주요 혐의 줄줄이 무죄판결

검찰이 야심차게 수사에 나섰던 방위사업 비리 사건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거두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와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규태<사진>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 10월에 벌금 14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당초 이 회장은 1000억 원대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 사업 비리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 부분은 무죄가 확정됐고 사학 교비 유용 등 다른 혐의가 인정돼 실형이 선고됐다. 


이 회장 사건은 2014년 출범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성과로 꼽은 대표적인 사안 중 하나다. 당시 수사단은 이 회장이 연루된 EWTS 납품비리와 해군 통영함 음파탐지기 납품비리, 해상작전핼기 ‘와일드캣’ 도입 비리 등을 주요 실적으로 꼽으며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2009년 4월부터 2012년 7월까지 방위사업청과 터키 업체 ‘하벨산’과의 EWTS 납품거래를 중개하면서 신제품 개발도 하지 않은 채 부당하게 사업비를 부풀려 공급대금을 빼돌렸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은 하벨산 하청업체가 신제품을 개발·공급할 의무가 없고, 가격이 부풀려졌다는 점도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 판결했다.

방산비리합수단은 출범한 뒤 1년 6개월여 만에 장성급 11명과 영관급 장교 31명 등 63명을 기소했다.

여기에는 통영함 납품 비리에 연루된 혐의의 황기철(61) 전 해군참모총장과 최윤희(64) 전 합참의장, 정옥근(66) 전 해군참모총장 등 거물급 인사들도 포함됐지만, 줄줄이 무죄가 선고됐다. 정부가 방산비리 척결을 선포하고 검찰이 수사 대상이 정해진 ‘하명수사’를 하다보니 과도한 성과주의에 빠진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 검찰이 자체 수사를 통해 적발한 사안이라기보다 감사원 등에서 문제가 됐던 사안에 확대수사를 벌인 결과였다.

황 전 총장과 정 전 총장은 해군 통영함 음파탐지기 선정 과정에서, 최 전 의장은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 도입 과정에서 시험평가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이들의 개입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 정 전 총장의 경우도 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본체’인 통영함 비리 혐의는 무죄가 나왔다.

다만 장남이 운영하는 요트 회사를 통해 방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인정돼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구속기소됐던 황 전 총장은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 이후 정부로부터 보국훈장을 받기도 했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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