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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기견이 차도에 있어요” 소방관 목숨건 구출작전
119 신고 24% 도로…위험한 작업

지난 달 30일 충남 아산 국도에서 유기견을 포획하려던 소방관 1명과 임용을 앞둔 예비 소방관 등 3명이 추돌사고로 숨졌다. 최근 증가하는 유기동물 관련 신고로 인해 도로 위 위험한 구조 작업을 벌이는 소방인력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방인력이 유기견 현장대응에 투입된 사례는 최근 4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지난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유기견 관련 출동 요청은 2014년 1493건, 2015년 2220건에서 2016년 4085건으로 크게 늘었다. 2017년(1월~10월) 활동 건수만 해도 4539건에 달해 4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소방서에 신고된 유기견 사건 장소는 ‘도로’(24.4%)가 가장 많았다. 소방관계자들은 유기 동물이 도로에서 방황할 경우 자칫 교통사고 등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쉽고, 구조활동을 벌이는 소방 인력이 위험에 노출되기도 쉽다고 말한다. 이번 소방관 순직 사고 역시 도로에서 일어났다.

비율상으로는 높지 않지만 ‘산’(3.9%) 역시 유기견 신고가 들어오는 장소 중 하나다. 최근에는 주인에게 버려진 개들이 거리를 떠돌다 산지에서 들개화 돼 인근 주민에 피해를 주는 사례가 발생해 공공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야생화 된 유기견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사람들을 위협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북한산의 경우 은평구 뉴타운 개발 사업 직후 들개 무리가 생겼다. 주민들이 버리고 간 반려견들이 산지에서 번식하면서 수십마리로 늘어났다. 이후 인왕산ㆍ관악산 등지로 서식 범위를 넓혀간 들개는 등산객에 위협을 가하고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등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중에는 10마리 이상 떼 지어 출몰한 경우도 2016년 6건, 2017년 10월 기준 4건 있었다.

이처럼 늘어나는 유기견 신고에 애를 먹는 것은 119뿐만이 아니다.

서울시 동물관리팀이 지난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들개와 관련해 접수된 민원은 2015년 220건에서 2016년 353건을 기록했다. 구청에 접수되는 유기동물 신고가 늘어나면서 구청별로 1~2명에 불과한 동물관리 인력들 역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실제로 몇몇 구청은 유기견을 담당하는 동물보호센터를 유지하기 위한 일손이 부족해 자원봉사자 인력에 의존하는 상항이다. 서울 모 구청 동물보호센터는 ‘관리자’ 연락처로 구청 담당직원이 아닌 자원봉사자의 연락처를 붙여놓기까지 했다. 구청이 소화하지 못하는 업무를 민간에 위탁한 모습이다.

유기견 문제가 늘어나고 있지만 해법은 아직까지 요원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미 동물보호법에 따라 애완견을 유기한 견주는 벌금형을 받게 돼 있다. 하지만 뚜렷한 증거가 없으면 누가 주인인지 유기를 한 것인지 입증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없다”며 “견주들이 책임을 갖게해서 유기견 발생을 줄이든지 관리체계를 제대로 만들 필요가 있다. 유기견주 처벌로는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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