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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연이은 ‘긴급체포’에, 변호사 업계 “무분별 법집행” 지적
-법원, ‘수사정보 유출’ 현직 검사 영장 기각하며 “긴급체포 부당” 지적
-검찰은 ‘자살방지’ 차원 활용…변호사업계 불구속 원칙 훼손 우려

[헤럴드경제=좌영길·유은수 기자] 최근 검찰이 피의자를 긴급체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이어지면서 법적 근거 없이 무리하게 신병을 확보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원은 지난 24일 수사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수사를 받다 체포된 추모 검사와 최모 검사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추 검사에게는 “긴급 체포에 필요한 긴급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 검사에 대해서도 “긴급체포 적법성에 관해 의문이 있어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직 검사가 긴급체포된 것도,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체포가 부당하다’고 지적한 것도 이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추 검사의 경우 법정형이 낮은 ‘공용서류손상죄’가 적용됐는데도 긴급체포된 것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도 과잉수사라는 반응이 나온다. 대검찰청은 2014년 같은 혐의를 받은 현직 검사를 정식재판이 아닌 약식명령처리하고 법무부에 징계를 청구한 전례가 있다. 지난 12일에는 부하 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의 김모 부장검사가 긴급체포되기도 했다. 다만 김 부장검사의 경우 영장이 발부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기 전에 법원의 심사를 거쳐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체포를 먼저 하고 영장을 청구하는 방식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된다. 형사소송법은 긴급체포 규정을 두면서 ‘여기서 긴급을 요한다 함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를 말한다’고 못박고 있다. 긴급체포된 경우 수사기관은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며, 이 기간이 지나면 피의자를 풀어줘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혐의 사실과 별개로 무분별한 긴급 체포가 헌법에 보장된 불구속 수사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긴급체포된 피의자를 변호해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받아낸 김계리 변호사는 “긴급체포의 본질은 ‘긴급성’인데 검찰이 마구잡이로 체포하고 있다”며 “증거인멸 가능성은 영장을 청구해 다투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경찰이 강제 수사를 남발할 때 인권 보호를 위해 견제하는 역할을 검찰이 해야 하는데, 오히려 검찰이 앞장서 강제 수사를 하고 있는 거 같아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형사사건 경험이 많은 이상민 변호사는 추 검사 사건에 관해 “(피의자가) 제발로 수사 기관에 나서 진술을 하고 있는데 그 자리에서 체포를 한다는 것은 긴급체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에서는 수사필요성 외에 ‘자살 방지’ 등 피의자의 안전 문제를 이유로 체포를 활용하기도 한다. 과거 대우조선 비리 사건 수사를 받은 남상태 전 사장이나 저축은행비리로 수사를 받았던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심리적 불안 징후’를 보여 긴급체포된 사례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간부는 “피의자가 위험해 보이는데, 밖으로 그냥 내보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도 검찰이 자의적으로 체포를 한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김계리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어디에도 ‘피의자가 자살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긴급체포 법정요건으로 두고 있지 않다”며 “검찰이 이 사유로 피의자를 긴급체포하는 것은 명백히 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민 변호사도 “자살을 시도하면 다 유치장에 가둬야 하느냐, 자살 시도 가능성이 긴급체포 요건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초유의 검사 긴급체포 사례가 이어지자 검찰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산지검 박철완 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을 통해 “동료 검사가 무섭게 느껴진다”면서 “비례 원칙이 절차의 각 단계에서 지켜지기를, 또 지키기를 소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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